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그들만의 리그? '스즈키컵 광풍'에서 뭘 발견할 것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2018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동메달 결정전 베트남-UAE전이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베트남 팬들이 박항서 감독 사진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보고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스즈키컵 열기가 뜨겁다. 지상파에서 오후 9시 프라임타임에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을 생중계하는 것으로도 ‘박항서 매직’의 광풍이 얼마나 강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국내 축구계에선 “수준 떨어지는 동남아 축구를 지상파에서 해도 되는 거냐”란 의견을 제기한다. 일리 없는 얘기는 아니지만 한편으론 이게 바로 세상이다. 인기가 상승하고 흥행이 되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엔 자연스럽게 돈이 붙는다.

스즈키컵을 보면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는 스토리의 파괴력이다. 프로에서 받아주는 곳이 없어 실업 무대에서 어쩌면 지도자 인생 말년을 준비하던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서 연전연승하는 성공 스토리는 베트남이라는, 한국인들에게 친근하면서도 굴곡진 과거사로 얽힌 나라와 결합돼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대회를 거듭하면서 베트남을 대표하는 도시 호치민의 호치민 광장엔 대형 텔레비전이 계속 늘어나 준결승까지 5개였던 것이 이제 결승 앞두고 7개가 더 생겼다. 그 만큼 박 감독의 위력이 커진 셈이다. 베트남 전역이 그에게 열광하는 현실까지 한국인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사실 스즈키컵에 나오는 팀들은 한국의 2부리그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심판의 수준도 떨어진다. 프로는 실력이 아니라 스토리로 먹고 사는 무대란 점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잘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한 프로 감독은 “선수와 갈등이 있더라도 너무 숨기진 않겠다. 때로는 이를 적절히 표출해서 흥행과 스토리의 도구로 삼겠다”고 했다. 발상의 전환이란 점에서 참신했다. 주제 무리뉴 감독과 아르센 벵거 감독이 거칠게 몸싸움하는 곳이 프리미어리그다. 한국도 경기력 타령만 하지 말고 스토리 발굴에 힘써야 한다.

또 하나는 기업 스즈키의 혜안이다. 1996년 생긴 이 대회의 원래 후원사는 동남아 맥주 회사인 타이거였다. 그러나 주류업체는 스폰서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견이 제기됐고 마침 타이거도 더 이상 이 대회를 지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2007년 대회는 타이틀 없이 그냥 아세안축구연맹(AFF) 축구선수권이 됐다. 2008년 나타난 기업이 바로 일본의 모터사이클 회사 스즈키다. 아예 대회 이름까지 인수해버렸다. 지금 이 칼럼에도 ‘스즈키’가 10번 이상 들어간다. 베트남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감탄하는 것이 도심의 엄청난 모터사이클 행렬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모터사이클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베트남의 경우 혼다가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고 야마하와 스즈키가 2위 다툼을 한다. 스즈키는 동남아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이 대회의 가치를 발견하고 투자했다. 지금 이 대회는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전역이 주목하는 대회로 부상했다. 국내에선 갈수록 스포츠가 외면 받고 있으나 외국에선 이렇게 숨은 가치에 주목해 투자하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 우리 기업들도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스포츠의 순효과를 다시 발굴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축구계도 “기업이 돈 안 쓴다”고 울지만 말고 그들 앞에 매력 있는 상품, 발전 가능성 있는 가치를 내놔야 한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