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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불신임 투표에 몰린 英 메이… 브렉시트, 혼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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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오늘 새벽 표결키로… EU와 관계 설정하지 않는 '노딜 브렉시트'로 갈 수도

메이, 지지표 과반은 확보한듯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이 당 대표이면서 현직 총리인 테리사 메이에 대해 불신임 투표에 들어간다. 메이가 불신임될 경우 당 대표와 총리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 메이가 EU와의 오랜 협상 끝에 마련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도 사실상 무산될 수밖에 없다. 내년 3월로 예정된 브렉시트가 그야말로 일대 혼란 속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은 12일(현지 시각)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기준선인 소속 의원 48명의 불신임 편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불신임 투표는 이날 오후 6시(한국 시각 13일 새벽 3시) 실시된다. 보수당 당규는 소속 하원 의원(현재 315명)의 15%가 당 대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편지를 보내면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메이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것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메이 불신임 주장은 지난 7월 메이가 EU와 완만한 '이별'을 하겠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방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제기됐다. EU와 완전한 결별을 원하는 '하드 브렉시트파'가 반발했지만, 이때는 불신임 편지를 보낸 의원이 48명에 미달해 상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영국이 EU의 관세동맹에 상당 기간 머무른다는 내용으로 메이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이끌어내자 당내 강경파의 불만이 폭발했다. 각료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고, 불신임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결국 메이가 브렉시트 합의안의 부결 가능성을 우려해 의회 표결 하루를 앞두고 지난 10일 전격 표결을 연기하자 일부 의원이 편지를 추가로 보내 48명을 채웠다. 메이는 표결을 연기한 뒤 EU 주요국 정상들을 연쇄 회동하며 합의안 재협상을 요청했으나, 냉담한 반응만 받아들었다.

당규상 메이는 과반수인 158명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총리와 당 대표를 이어갈 수 있다. BBC는 자체 조사 결과 이날 오후 현재 메이가 신임 과반인 174표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더타임스는 "(메이가) 과반수 지지표를 얻더라도 찬반 숫자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면 사임 압박이 거셀 것"이라고 했다. 후임 총리를 선출할 경우 6주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BBC는 내다봤다. 보수당 경선이 마지막 2명의 후보가 남을 때까지 매번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이라 단시일에 선출할 수 없다.

문제는 브렉시트가 내년 3월 29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다. 1월까지는 영국과 EU 의회가 모두 합의안을 비준해야 '노딜' 브렉시트라는 파국을 피할 수 있지만, 새 총리를 선출하게 되면 물리적으로 1월 내 의회 비준이 어렵다. 데이비드 고크 영국 법무장관은 "3월 29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할 수 있을지부터 시작해 모든 것이 불투명해진다"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되면 EU와 영국 간의 교역·이동 등의 조건 설정 없이 헤어지게 되므로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하다. 영국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충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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