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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다음 상대 필리핀, 오래전이지만 일본에 0-15로 진 팀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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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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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이 2018년 AFF(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 컵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인 필리핀과 결승 문턱에서 만난다.

지난 24일 조별 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캄보디아를 3-0으로 꺾고 무실점 무패(3승 1무), 조 1위로 4강에 오른 베트남은 B조 2위 필리핀과 다음 달 2일(원정)과 6일(홈) 결승행 티켓을 놓고 겨룬다.

필리핀은 2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인도네시아와 0-0으로 비겨 태국(3승 1무)에 이어 조 2위(2승 2무)로 4강에 합류했다.

2008년 인도네시아-태국 대회 이후 1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베트남으로서는 직전 대회인 2016년 미얀마-필리핀 대회 챔피언이자 통산 5회로 역대 최다 우승국인 태국과 준결승을 치르지 않은 게 다행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농구의 나라’로 알려진 필리핀의 축구 실력이 아주 나쁜 건 아니다. 필리핀은 이번 대회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싱가포르를 1-0으로 이겼다. 싱가포르는 2012년 말레이시아-태국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비롯해 통산 4회로 태국에 이어 다승 2위에 올라 있다.

2차전에서 동티모르를 3-2로 물리친 필리핀은 이후 이 지역의 축구 전통 강호인 태국과 1-1, 인도네시아와 0-0으로 비겨 큰 어려움 없이 준결승에 진출했다.

필리핀은 이번 대회 4강전에서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겨루기도 하지만 내년 1월 5일부터 2월 1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리는 제17회 아시안컵(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첫 상대이기도 하다.

한국은 내년 1월 7일 한국 시간 오후 10시 30분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필리핀과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12일 오전 2시 알 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키르기스스탄과 맞붙고 16일 오전 0시 30분 아부다비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중국과 격돌한다.

1950~60년대 아시아 농구 최강국이었던 필리핀(1951년 제1회 뉴델리~1962년 제4회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4연속 우승)은 1990년대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최근 되살아나 옛 영광을 되살리고 있다.

필리핀은 또 오래전이긴 하지만 1950~60년대 아시아의 야구 강국이기도 했다. 축구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이 없는 필리핀이 아시안컵 본선에 올라 있고 이번 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이다.

필리핀은 최근 국내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필리핀은 2016년 3월 29일 마닐라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마지막 경기에서 북한을 3-2로 꺾었다. 40개 나라가 출전한 2차 예선에서는 한국과 일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서 아시아 강호들이 A조부터 H조까지 각 조 1위 또는 각 조 2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2위 자격으로 12강이 겨루는 최종 예선에 올랐다.

H조 2위를 달리며 12강 가능권에 있던 북한은 필리핀에 뜻밖에 일격을 당해 탈락하고 이라크 시리아 UAE 중국이 각 조에서 성적이 좋은 2위 자격으로 최종 예선행 막차를 탔다. 북한은 UAE 중국과 승점 1점 차였다. 북한은 2015년 10월 8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필리핀과 홈경기에서도 0-0으로 쉽지 않은 경기를 했고 결국 필리핀에 발목을 잡혔다.

필리핀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2-1로 꺾으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에서 1-5로 크게 지기는 했지만 이 경기를 제외하면 예멘을 2-0으로 잡는 등 선전했다.

필리핀은 최종 예선 진출이 좌절된 가운데 북한과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승리가 필요했던 북한을 상대로 한번 역전됐던 경기를 다시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북한전 선제골을 넣은 미사 바하도란은 이란-필리핀 혼혈 선수다. 말레이시아 리그 페라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하도란은 이번 대회에 나선 대표 팀에서는 빠졌다.

골키퍼 마이클 포크스가드는 태국 리그 방콕 유나이티드, 일본-필리핀 혼혈인 수비수 사토 다이스케는 J리그 우라와 레즈 유스 팀 출신으로 루마니아 리그 셉시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도 대표 팀 유니폼을 입었다.

호주에서 태어난 스코틀랜드-필리핀 혼혈인 미드필더 이안 램세이는 말레이시아 리그 펠다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데 이번 대회 대표 팀에도 소집됐다.

북한전에 출전했던 일본-필리핀 혼혈인 미네기시 히카루(태국 리그 파타야 유나이티드)는 이번 대회 대표 팀에는 뽑히지 않았다.

필리핀 대표 혼혈 선수 가운데 여럿은 유럽에서 축구를 익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존 패트릭 스트라우스(독일-필리핀,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FC 에르게비르게 아우에)와 루크 우드랜드(영국-필리핀, 태국 리그 수판부리 FC)가 그런 사례다. 우드랜드는 볼턴 원더러스 유스 팀에서 뛰었고 잉글랜드 16세, 17세, 18세 이하 대표 팀에 뽑히기도 했다.

혼혈 선수를 중심으로 최근 1년 동안 이번 대회 대표 선수 23명을 빼고 대표 팀에 소집된 선수가 줄잡아 40명을 넘으니 필리핀은 나름대로 두꺼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필리핀은 자국 축구 역사상 최다 스코어 승리와 최다 스코어 패배를 모두 일본과 경기에서 거둔 기록을 갖고 있다.

필리핀은 아시아경기대회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극동선수권대회(Far Eastern Champioship Games) 제3회 대회(1917년 도쿄)에서 개최국 일본을 15-2로 크게 이겼다. 이때 필리핀 대표 팀은 스페인-필리핀 혼혈로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폴리노 알칸타라가 이끌고 있었다.

필리핀은 1967년 9월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 A조에서 일본에 0-15로 대패했다. 이 경기 결과는 한국의 멕시코시티 올림픽 출전 불발과 연결돼 있다.

한국은 이 예선에서 자유중국(오늘날 대만)을 4-2, 레바논을 2-0, 월남(통일 전 남베트남)을 3-0으로 물리치고 같은 3승의 일본과 맞붙었다. 접전 끝에 두 나라는 3-3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필리핀, 일본은 월남과 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골 득실 차에서 +7로 +21의 일본에 크게 뒤져 있었다. 일본이 필리핀을 15-0이라는 기록적인 스코어로 이겼기 때문이다. 많은 골에 대한 부담 속에 한국이 필리핀을 5-0으로 이긴 반면 일본은 월남을 1-0으로 누르고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 축구가 이 예선 결과를 두고두고 아쉬워한 이유는 한국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리고 본선에 오른 일본이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태국과 함께 멕시코시티 올림픽 축구 종목에 출전한 일본은 조별 리그 B조에서 나이지리아를 3-1로 꺾은 데 이어 브라질과 1-1, 스페인과 0-0으로 비겨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프랑스를 3-1로 잡은 일본은 준결승에서 우승국 헝가리에 0-5로 대패했으나 3위 결정전에서 홈그라운드의 멕시코를 2-0으로 눌렀다.

필리핀의 첫 A매치는 1913년 2월 마닐라에서 열린 제1회 극동선수권대회에서 중국(오늘날의 중국과 정치 체제가 다른 나라)을 2-1로 이긴 경기다. 우리나라의 첫 축구 대회는 일제 강점기인 1921년 2월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축구대회다.

필리핀은 이후 축구에서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아시아 나라 가운데에는 꽤 긴 종목 역사를 갖고 있다. 또 최근 들어 A매치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고 있기도 하다.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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