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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J리그와 정성룡의 재발견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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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36] 그동안 ACL 무대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리그는 K리그였다. K리그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클럽 무대에서 최강 자리를 지키며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하지만, K리그 팀이 최근 5년간 ACL에서 우승한 것은 전북 현대의 2016년이 유일하다. 그렇게 K리그는 ACL 무대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지난 2년간 ACL 무대에서 정상을 차지한 리그는 이웃나라 일본의 J1리그이다. 가시마 앤틀러스는 지난 10일 이란 페르세폴리스FC를 꺽고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2017시즌에는 우라와 레드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최근 J리그의 발전은 눈부시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 계약을 맺었고, 정규시즌 경기장에는 K리그와 비교할 수 없는 관중이 넘쳐난다. 이니에스타, 토레즈와 같은 월드클래스의 선수들도 J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런 J1리그의 우승팀이 시즌 2경기를 남기고 정해졌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이다. 가와사키는 2017시즌에 이어 2년 연속 J1리그를 제패했다. 가와사키의 J1리그 2년 연속 우승은 J1리그 통산 4번째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17시즌 우승이 가와사키의 창단 첫 우승이라는 사실이다.

1955년 지금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후지쯔 축구부로 창단한 가와사키는 1997년 프로로 전향했으나, 20년간 J1리그에서의 우승이 없었다. 초창기에는 J1과 J2리그를 오르락 내렸으며, 2000년대 중후반 몇 차례 준우승을 차지하며 반짝했지만, 그 뿐이었다.

전통적으로 공격력은 강하지만, 수비에 불안이 있던 가와사키가 J리그 최강팀으로 발돋음하게 된 데는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이유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베테랑 골키퍼 정성룡 영입을 통한 수비의 안정이었다.

가와사키는 2014·2015시즌 모두 각각 전체 6위로 시즌을 마친다. 두 시즌 모두 득점력은 리그 3위로 우수했지만, 실점은 각각 9위와 12위였다. 더 낮은 순위표를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가와사키는 장단점이 분명한 팀이다. 수비, 특히 골키퍼 포지션에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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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 선수 /사진=연합뉴스


2016시즌을 앞두고 가와사키는 정성룡을 영입한다. 2016시즌은 J리그에서 K리그 출신의 한국인 골키퍼 영입 열풍이 일던 시기였다(같은 국가대표 출신인 김승규가 빗셀 고베로, 이범영이 아비스파 후쿠오카로 이적한다. 국가대표급 골키퍼 3인이 한꺼번에 J1리그에 진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 정성룡에 대한 국내 평가는 썩 좋지는 않았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의 부진과 SNS사건으로 인하여 팬들의 비난을 많이 받았다.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 이운재에 이어 수년간 지켜오던 대표팀 주전 수문장 자리도 후배들에게 내주었다. 정성룡 본인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정성룡은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고 영입의사를 밝힌 가와사키의 손을 잡았다.

정성룡이 골문을 지킨 2016시즌 가와사키의 수비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전후기 통합 성적 2위를 기록했는데, 실점이 39점으로 전 시즌 대비 10점 가까이 줄었다. 특히 전반기에는 17경기에서 15점만을 실점하며,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도약은 2017시즌부터였다. 가와사키는 마지막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가시마 앤틀러스를 제치고, 첫 리그 우승을 차지한다. 시즌 중 중간순위에서 단 한 번도 1위에 오른 적이 없던 팀이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아주 극적인 순간이었다.

가와사키의 2017시즌 득점은 71점으로 단연 1등이었고, 실점은 32점으로 전체 3위였다. 실점 1위인 쥬빌로 이와타의 실점 30점과는 단 2점 차이었다. 탁월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공수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가와사키는 완성형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2017시즌과 달리 2018시즌의 가와사키의 수비력은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되었다. 아직 리그 2경기가 남아 있지만, 이미 우승을 확정 지었다. 팀 득점은 전년만 못해 53점으로 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실점은 26점으로 단연 1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성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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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가 현재 J1리그 최강팀이라는 점에서 정성룡의 공헌도에 대해 다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불과 3년 전만 해도 가와사키는 수비가 매우 불안한 팀이었다. 게다가 수비라인은 경험치가 다소 떨어지는 선수들로 주로 구성됐다. 무엇보다도 가와사키는 예나 지금이나 '공격 앞으로'를 지향하는 팀이다. 골키퍼로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팀 컬러다.

정성룡은 순발력과 민첩성에서 평균 수준의 골키퍼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떨어지고 있고,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수비를 조율하고, 빌드업하는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 J리그에서도 정성룡의 이러한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나, 고무적인 것은 이런 능력들이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며 한 단계 상승했다는 점이다.

정성룡 본인 또한 이 점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우리 팀은 공격에 중점을 두는 팀이다. 전체적으로 라인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템포 또한 빠른 편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언제든 역습을 맞을 수 있다. 때문에 수비라인과의 긴밀한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우리 팀이 이러한 점이 좋아졌다. 나 또한 축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 거 같다. 축구에 대한 재미도 더 생기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거 같아 만족한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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