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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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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3으로 승리를 거둔 SK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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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33] 상당수 남자들에게 반지는 조금은 거추장스러운 액세서리다. 물론 트렌드세터들에게는 아니겠지만, 주변 지인들만 봐도 반지를 즐겨 끼는 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유부남이라면 대부분 고가의 결혼반지를 공식적으로 갖고 있지만, 집 안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 반지가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머스트 해브(Must-have·필수)' 아이템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스포츠,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꿈꾸고 또 간절히 갖고 싶어하는 '로망템'이 있다. 바로 자기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팀의 우승 기념 반지다. 언제부터인가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팀들은 자신들의 우승을 기념하는 반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승 반지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반지가 흔히 그러하듯이 우승 반지는 고가에다가 화려하다. 금 외에도 반짝이는 보석들이 박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 반지는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수의 선수나 구단 스태프만이 가질 수 있다. 우승팀의 일원이라고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팀에 따라서는 그 대상을 한정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야구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에게 우승 반지는 특별한 동경의 대상이다.

하지만 우승 반지를 가장 갖고 싶어하는 이들은 누구보다도 선수들이다. 야구는 팀 스포츠인 동시에 개인화된 스포츠다. 데이터가 많고, 공식적으로 시상하는 개인 타이틀 또한 다른 어떤 프로스포츠 종목보다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야구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존재한다. 개인의 개성이 강한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는 팀 스포츠이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리그 형태의 프로스포츠다. 그리고 그들의 최종 목표는 우승이다. 아무리 화려한 개인 타이틀과 명예가 있다 해도 우승의 기쁨을 대신할 수는 없다. 많은 연봉이 주어진다 해도 우승의 가치는 그보다 크다.

LA 다저스의 클레이턴 커쇼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자, 자타 공인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 투수 중 한 명이다. MVP와 사이영상, 올스타 및 골든글러브 그리고 노히트노런 등 메이저리그 투수로서 누릴 수 있는 거의 모든 명예를 누렸으며, 연봉 또한 리그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커쇼에게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없다. 2008년 데뷔 이후 무려 8번이나 소속팀 LA 다저스를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고 최근 2년간의 월드시리즈를 경험했지만 그뿐이었다. LA 다저스의 마지막 우승은 그가 태어났던 해인 1988년이었다.

박용택은 LG 트윈스의 상징이다. 어느새 1979년생으로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박용택은 올해 6월 쉽게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양준혁의 KBO리그 최다안타 기록을 깨며 역대 가장 많은 안타를 생산한 타자가 되었다. 하지만 LG에서만 17년 뛴 그에게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아직 없다.

박용택 이전에 이병규가 있었다. LG의 혼과 같은 존재인 이병규는 1990년대부터 LG 신바람 야구의 주역 중 한 명이자 리그 최고의 인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은 그가 입단하기 4년 전인 1994년이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우승을 2번 경험했었다. 일본에 진출해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최전성기를 함께한 이대호는 팀의 부동의 4번 타자로 활동하며 재팬시리즈에서 팀의 2년 연속 우승에 기여하면서 우승 반지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대호에게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는 없다. 이대호는 26년 전인 1992년이 마지막 우승인 롯데 자이언츠를 다시 한 번 우승시키기 위해 돌아왔다.

세상에 많은 것들은 돈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 조금 과장하면 돈이 많다면 웬만한 것은 다 살 수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에 열광한다. 그게 팀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SK 와이번스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중 3번을 우승하였다. SK왕조의 태양은 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덧 SK의 마지막 우승인 2010년 이후 8년의 시간이 지났다. 서른 살이었던 박정권과 스물네 살이던 최정은 각각 서른여덟 살과 서른두 살이 되었다. 올해 기회를 놓친다면 이들에게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인 두산 베어스 또한 이번에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른다. 불과 3 년 전만 해도 누가 삼성 라이온즈의 암흑기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야구다. 모순되는 얘기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우승 반지'라는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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