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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선동렬을 더 이상 초라하게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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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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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거칠고 험한 1970년대에 육군 사병으로 34개월 4일간 군 복무를 했다. 제대를 한 뒤에는 굳이 ‘트라우마’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으나, 툭하면 다시 입대해 시달리는 꿈에서 그 시간 이상 긴 세월 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이제 와서 옛일을 굳이 끄집어내는 것은 ‘강제 징집’이 숱하게 일어났던 군부 독재 때에 이웃들의 아픈 경험을 여태껏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절과 속박, 무엇보다 자칫 목숨이 오갈 수 있는 ‘위협과 위험’을 늘 안고 살아가야했던 분단시대의 병역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불가역적’인 굴레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해 아시안게임 뒤에 불거진 일부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면제에 대한 사회의, 여론의 분노와 질타는 결코 무심할 수 없는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그 같은 논란의 와중에서 착잡한 감회를 지울 수 없었다. 그네들이 ‘온정의 손길’을 기대한 벼랑 끝 선택과 무언가에 기댈 수 있다는 배경은, 도저히 어찌해볼 수 없는, 그야말로 입영이 아니면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었던 시대의 체념적인 복무와 새삼스레 대비 됐다.

저물어 가는 한해를 돌이켜보자면, 박해민(28. 삼성 라이온즈)의 경우에는 오지환(28. LG 트윈스) 때문에 과도하게 비난을 받은 측면이 있지만, 둘 다 막다른 골목에서 구원의 손길을 간절하게 바랐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오지환의 병역 면제를 둘러싸고 그 경위야 어쨌든 병역을 회피할 심산이 있었는지는 좀 더 따져 봐야할 문제다. 오지환에게 퍼부어진 비난이 워낙 거셌기 때문에, 앞으로도 프로야구 선수와 관련된 병역 문제만 거론되면 그의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돼버렸다. 그 점에 대해 그를 두둔하거나 옹호할 이치는 털끝만치도 없다.

오지환의 ‘벼랑 끝 전술’(이런 표현이 용납된다면)은 김동수 LG 코치의 증언에 따르면 문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었다. 오지환은 팔뚝에 ‘no pain, no gain’이라는 문신이 있다. 2016년 시즌 뒤에 경찰야구단 입대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이대은(kt 위즈)이 문신을 지우고 경찰야구단에 입단, 병역을 마친 것과는 달리 그는 문신을 너무 깊게 새겼기 때문에 지울 수 없었던 탓이다.

김동수 코치는 “오지환이 문신을 지우려고 했지만 너무 깊게 새겨놓아 지울 수가 없었다.”면서 “새로 들어오는 새내기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절대로 문신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앞일을 내다보지 못하고 문신을 하는 바람에 오지환은 두고두고 문신처럼 심적인 고통(pain)을 겪을 지도 모른다.

선동렬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오지환과 박해민을 대표 팀에 승선시켰던 일로 인해 아시안 게임 뒤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했고, 심지어는 손혜원(더불어민주당)이나 김수민(바른미래당) 같은 국회의원들의 집중 표적이 돼 근거 없는 인신공격까지 받았던 일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선동렬 감독에 대한 두 국회의원의 표적 증인 채택은 역풍을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야구 격하 비판도 받게 되긴 했다.

선동렬 감독이 과연 그렇게 몹쓸 짓을 했는가하는 평가는 뒤로 하더라도 ‘야구조롱’은 또 다른 문제다. 선동렬 감독은 현역 선수생활 동안(일본 주니치 시절을 포함) 한국 최고의 야구선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었다. 그는 앞으로 야구박물관이 건립되면, 야구선수 출신 가운데 가장 먼저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0’ 순위 후보다. 그런 그를 KBO 안팎에서 지나치게 몰아붙인 것은 ‘이 시대의 야구영웅’을 너무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다.

1982년에 프로화 된 한국야구가 이 땅에서 최고 인기종목으로 국민들의 애환을 달래준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는 출범 이래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관중이 급감하는 등 부침을 겪기는 했으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 호성적을 발판으로 흥행 반등을 일궈냈다.

역대 야구대표팀 선발과정에서는 늘 한두 명의 선수에 대한 부적격 논란이 붙어있다. 더군다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 프로선수들 참가가 공공연하게 되면서 병역 미필자나 구단 안배가 관행처럼 횡행했던 게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찌 보면 선동렬 감독이 그 관행의 덫에 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부분은 선 감독이 국민적 정서를 읽지 못했다고 사과했던 기자회견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야구 대표 팀을 구단의 4번 타자들만 모아 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지션마다 적합한 인물을 고르고 나머지 대체요원들의 발탁은 쓰임새에 따라 감독의 재량에 좌우돼 왔다. KBO는 10개 구단이 대주주인 연합체라고 할 수 있다. 병역 미필 선수들이 단 한 명이라도 경력 단절을 겪지 않고 대표선수로 뽑히길 바라는 것, 대표 팀 감독이 구단들의 그런 요구를 외면하거나 묵살,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는 ‘감독의 선수선발 권한 위임’ 따위의 말로 선동렬 감독을 마냥 모독할 것이 아니라 당연한 얘기지만,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적으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시나브로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베이징 이후 12년 만에 부활하는 올림픽 야구종목의 ‘챔피언’으로 나선다. 올해 KBO 리그가 어려움 속에서도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기대치를 충족시킬만한 도약에는 실패했다. 한국프로야구는 도쿄올림픽을 변곡점 삼아 1000만 관중시대를 열어가야 할 책무가 있다. 국제대회의 성적 하락은 곧 국내 KBO리그의 몰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야구 관계자들은 잊지 말아야한다.

이제는 전임 감독인 선동렬 감독에게 지혜와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건 병역미필 야구대표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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