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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9번 내한공연·DMZ 방문…"韓은 마법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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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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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어송라이터 레이철 야마가타(41)가 지난 12일 한 한국인에게 노래를 바쳤다. 제목은 '중만의 테마(Jungman's Theme)'. 야마가타를 자신의 뮤즈라고 거리낌 없이 밝히고 다니던 사진작가 김중만을 위한 곡이다. 야마가타는 15일 매일경제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특정인에게 노래를 헌정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꿈을 꾸는 것 같은 노래다. 천천히 쓰다듬듯 진행되는 피아노 반주 위로 야마가타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번져나간다. "손을 잡고 당신의 문으로 데리고 가주세요/같이 돌아와요/당신의 과거가 날 기억할 거예요/드디어 파리에서 만나요." 가사에도 김중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아주 오랫동안 동경했던 사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여인의 실루엣이 그려질 뿐이다.

"김중만 작가와 나눈 우정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는 감정적으로 풍부한 예술가죠. 그가 단순한 것과 웅장한 것 모두에서 아름다움과 슬픔을 볼 수 있는 점을 사랑해요. 그가 느끼는 만큼 세상을 느끼는 건 사실 꽤 외로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이 곡을 통해서 그의 마음과 연결되고 싶었어요. 또 우리가 두 명의 영혼이지만 같은 달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가장 쓸쓸한 노래를 하는 가수와 가장 쓸쓸한 이미지를 찍는 사진작가. 둘의 만남은 2011년 야마가타의 두 번째 내한 공연 때 이뤄졌다. 그때 김 작가가 건네준 사진첩이 "숨 쉴 수 없이 아름다웠다"고 야마가타는 회상했다.

이후 김 작가는 야마가타 세 번째 앨범 '체서피크(Chesapeake)' 재킷 사진을 디자인했다. 야마가타는 한국에서 자신이 유명해진 건 김 작가가 자신을 홍보해준 덕이 크다고 했다. "오래전에 김중만 작가에게 이 곡을 만들 것이라 이야기한 적은 있는데, 실제 공개하는 건 처음이에요. 그가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아홉 번이나 공연한 친한파 뮤지션이다. 그를 향한 한국인의 사랑이 그만큼 특별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히트한 '비 비 유어 러브(Be Be Your Love)'만 봐도 그렇다. 정작 본인은 코드를 잊고 있었던 곡이라 첫 내한 공연 전까지 다시 연습했다고 한다. 2015년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며 한반도 분단에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삽입곡 작업에 참여하면서 팬덤이 한층 더 넓어졌다.

"아마 한국 팬들은 제 솔직함과 연약함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항상 떠올리는 한국 공연이 하나 있어요. 공연장 안에서 관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정말 짜릿했고, 그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 싶었죠. 보안 때문에 비워 두었던 첫 번째 열의 좌석에 올라가 관객석에서 연주했는데,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죠."

다음달엔 서울과 부산을 포함해 아시아 14개 도시를 순회하는 콘서트를 연다. '전 세계인에게 공감을 받으며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을 물으니 그는 "집안의 다문화적 배경"을 꼽았다. 그는 일본계 3세 미국인인 아버지, 독일·이탈리아계 혼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두 부모는 야마가타가 두 살일 때 각각 재혼했다.

"제게 부모님이 네 명 있다는 사실에 아주 감사해요. 각기 다른 네 가지 배경을 가진 그분들은 제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죠. 모두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던 네 부모님의 사랑과 지지가 저로 하여금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게 만들었죠. 무엇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또 우리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지 볼 수 있게 해줬어요. 그들을 부모님으로 둘 수 있어서 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새 앨범 '포치 송스(Porch Songs)'는 김중만 헌정 노래를 비롯해 총 7곡을 담고 있다. 그는 팬들이 이번 음반을 듣고, 슬픔의 무게를 가볍게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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