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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홍기자의횡설수설]넘쳐나는 예능, 정작 골라 먹는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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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골라 먹는 재미’라는 아이스크림 광고 카피와 달리 요즘 예능은 골라 먹는 재미가 없다.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각자 입맛에 맞는 예능은 찾기 더 힘들어졌다. 지상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에서 예능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일주일 간격으로도 100여개가 넘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고 온라인을 기반한 웹 예능도 꾸준히 탄생하고 있다.

몇몇 요식업 프렌차이즈가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쉽게 사라진 것과 같이 몇년전 방송계 역시 먹방이나 힐링, 여행 등 특정 아이템을 소재한 예능이 유행처럼 번졌고 조용히 사라졌다. 현재는 콘텐츠의 절대적인 수가 늘어나며 유행보다는 이미 과거에 한번 맛을 본 것 같은 비슷한 메뉴나 레시피를 내세운 가진 별다른 특색없는 음식점만 우후죽순 늘어나는 모양새다. 한 제작자는 최근 예능 트렌드에 대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표현했고, 다른 PD는 “시청자는 다이소에서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찾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사한 포맷을 기반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셀 수 없이 많고 익숙한 화면이 이어지는 것도 더 이상 낯선일이 아니다. 또 새로운 인물을 발견하고 탄생시키기 보다는 안정적인 출연진을 추구하며 예능 겹치기 출연까지 빚어지고 있다. 식당의 수는 소비자의 기대보다 빨리 늘어나는데 그 안에 채워지는 음식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도 오랜기간 인기를 누린 프로그램 또는 브랜드화된 콘텐츠는 여전히 큰 사랑받고 있지만 새롭게 문을 여는 식당의 대다수는 자시만의 시그니쳐를 내세우지 못한채 문을 닫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주목 받는 예능 콘텐츠는 존재한다. 새로운 기획이나 포맷을 통해 레시피의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출연진을 발굴하며 재료로 승부를 보기도 한다. ‘왓썹맨’과 같은 웹 예능의 경우에는 기존 방송 플랫폼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고 ‘밥블레스유’에는 이미 익숙한 인물이지만 실제 관계를 방송으로 이끌어내며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온라인 플랫폼 속 인기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가 본격적으로 예능에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또 코미디나 특정 장르 등 소비자의 취향을 보다 세분하게 맞춘 콘텐츠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수신기에서 모바일 등으로 변화하는 예능 콘텐츠 소비행태 속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찾아가는 식당이 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소비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큐레이션 서비스에 익숙하다. 과거 채널의 간판이나 편성을 통해 힘을 실어줬다면 이제는 콘텐츠 자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동시간대 타 채널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이런 예능 과포화 상태도 어느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각 채널은 단순히 음식점을 늘리기 보다 맛집으로 살아남은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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