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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26] UFC 229는 UFC가 2018년에 내세우는 최고의 야심작이었다. 특히 현 UFC 세계챔피언이자 최고 그래플러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와 UFC가 나은 최고 이슈 메이커이자 스타인 코너 맥그레거(30·아일랜드) 간의 라이틀급 타이틀전은 UFC 팬들의 기대를 불러 모을 최고의 빅매치임이 분명했다.
이번 빅매치가 팬들의 기대와 명성만큼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겠다. 어쨌든 4라운드에 맥그레거는 누르마고메도프의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걸려들었고, 탭을 쳤다. 그리고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사실 그 이전까지도 챔피언인 누르마고메도프가 경기를 주도했고, 맥그레거는 그야말로 잘 버텼을 뿐이다. 초크에 걸리지 않고, 맥그레거가 결정적인 카운터를 날리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그냥 그대로 판정으로 갔다면 누르마고메도프가 쉽게 승리했을 경기였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이다. 다른 많은 빅매치가 그렇듯 이번 경기도 그렇게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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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빅매치는 경기가 끝나고부터 시작되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가 끝나자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을 대신하고 경기 내내 자신을 불편하게 했던 맥그레거의 세컨에게 달려들었다. 케이지를 뛰어넘는 그의 모습은 우리를 뛰쳐나가는 한 마리의 성난 야수를 연상케 했다. 경기장 밖은 곧 아수라장이 되었고, 누르마고메도프의 세컨은 케이지 안으로 난입해 맥그레거와 난투극을 펼쳤다. 더 이상 UFC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냥 시정잡배들이 펼치는 싸움이었다.
스포츠에서 폭력 사태는 간혹 일어나는 일이다. 아주 빈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지 않은 일 또한 아니다. 지난 3일 일본에서 열린 가시마와 수원과의 ACL 4강 1차전에서 가시마의 골키퍼 권순태는 골문 앞에서의 혼전 후, 수원의 공격수 임상협을 머리로 가격했다. 권순태는 경고를 받았고 계속 경기에 출전했다.
많은 스포츠가 몸과 몸이 부딪치면서 경기를 한다.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와 같은 팀 스포츠들이 그러하고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은 아예 몸싸움을 통해 상대로부터 가격이나 기술로 더 많은 점수를 얻는 종목이다. 사람들은 그런 격렬한 몸싸움에 열광하며 선수들은 이를 통해 승부욕을 느낀다.
물론 폭력은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몸싸움이나 가벼운 폭력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행위들이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만약 상대방에게 '의도'를 가지고 위해를 가한다면 그건 그냥 폭력일 뿐이다.
전후 사정을 볼 때, 누르마고메도프는 열 받을 만했다. 맥그레거 측은 도를 넘어섰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종교를 비하했고, 가족을 건드렸다. 누르마고메도프가 타고 있던 버스를 습격하기도 했다. 프로격투기, 특히 UFC는 쇼비즈니스적인 성격이 강하긴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좀 지나쳤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누르마고메도프는 이번 매치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틀이나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고 했다. 복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르마고메도프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스포츠는 적이나 원수끼리 싸우는 행위가 아니다. 그런 일은 따로 약속을 잡아서 당사자 간에 해결하면 된다(물론 이 또한 발각되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스포츠의 핵심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겨야 하지만, 승리의 목적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함이지 단순히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다.
감정 또한 마찬가지이다. 승리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지만, 경기하는 선수들은 동반자이다. 프로스포츠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자신들이 스포츠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나아가서 많은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서도 서로가 필요하다. 감정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감정이 앞서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스포츠를 주관하는 단체나 협회에서는 엄격한 룰을 적용해야 한다. 팬들의 흥미를 더 끈다고 해서 그게 흥행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방조해서는 안 된다. 누르마고메도프도 권순태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맥그레거 측의 트래시 토크가 선을 넘었고, 권순태는 팀 사기와 함께 한국 팀이어서 더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선을 지켰어야 했다. 이런 식의 폭력에 대해 눈감아버린다면, 선수들은 앞으로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고, 보는 팬들의 눈 또한 폭력에 점점 관대해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폭력과 혐오가 일상화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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