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의 대명사 프로야구 넥센의 박병호(32)도 이른바 올챙이 시절이 있었다.
좀처럼 터지지 않았던 LG 유망주 시절. 그는 2005년 데뷔한 뒤 2010년까지 1군 무대에서 24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당시 박병호의 미니 홈피에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여러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박병호는 비방을 일삼는 한 팬에게 쪽지를 보내 “제 자신은 얼마나 답답하겠느냐. 앞으로 더 잘할 테니 응원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재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셈이다.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그는 장타력을 만개하며 확 떴다. 2012년부터 2년 연속 리그 MVP에 뽑혔고, 4년 동안 홈런 1위를 놓지 않으며 무주공산이던 토종 홈런왕의 계보를 완벽하게 이어 받았다.
비록 미완에 그쳤지만, 2016~2017 시즌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에서의 박병호는 분명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탄탄한 등 근육을 바탕으로 구종에 따라 몸을 눕혀 타격하는 전매특허 ‘상체 스윙’이 있다. 구질이나 공의 속도에 따라 타격폼을 순간적으로 바꿔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는데 변화구에도 상체 스윙으로 방망이를 뻗어 밀어 친다. 이 같은 타격법은 종종 MLB 투수에게도 먹혔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박병호는 정확한 타이밍으로 공에 힘을 온전히 싣는다”고 분석했다.
한국 무대로 돌아온 박병호가 완벽히 전성기 모습을 재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 타자’ 이승엽의 배트는 1kg에 가까운 무게. 반면, MLB 스카우터도 파워에 관해선 엄지를 치켜세운 박병호는 의외로 다소 가벼운 880g짜리 배트를 든다. 정확한 타이밍과 완벽한 몸통 회전이 순간적인 힘을 집중시키면서 대형 홈런을 연신 쏘아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배트와 혼연일체를 만든 지독한 훈련과 성실한 자세 역시 경기력을 배가시킨다.
박병호는 22일 현재 홈런 2위(40)개에 올라 두산 김재환(42개)과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SK와의 경기서 두 타석 만에 멀티 히트를 완성하며 통산 900안타 고지까지 밟았다. 팬들이 박병호의 퍼포먼스에 유독 열광하는 데는 타고난 슈퍼스타가 아닌, 진정 피와 땀으로 영근 성공 신화를 계속 지켜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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