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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금까지 10년은 긴 준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은 내 야구 인생의 클라이맥스가 됐으면 좋겠다."
'잠실 아이돌' 정수빈(28, 두산 베어스)은 올해로 프로 10년째를 맞이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 2009년 유신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입단해 소년 같은 이미지로 누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이돌'이라 불렸다. 넓은 외야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한번씩 보여주는 믿기지 않는 호수비는 팬들의 마음을 훔치기 충분했다.
2016년 시즌을 끝으로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군대에 갈 나이가 되기도 했지만, 야구와 멀어지고 싶을 정도로 2016년은 정수빈에게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주전 중견수 자리를 내려놓아야 했다.
정수빈은 입대 당시를 떠올리며 "스트레스가 정말 심해서 경찰청에서만큼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입대하면서 딱 하나, 야구 생각은 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있자고 생각했다. 2년 동안 성적 스트레스받지 말고 편하게 지내자 그 한가지 생각만 했다. 타격 공부를 놓은 건 아니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지냈다. 못 쳐도, 잘 쳐도 크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보냈다. 제삼자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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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뀌면서 자연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정수빈은 제대 이후 올 시즌 12경기에 나서 타율 0.370(46타수 17안타) 2홈런 15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정수빈은 "이 정도까진 생각 못 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내 타격'을 찾은 게 주효했다. 입대 전까지 정수빈은 수시로 타격 폼을 바꾸는 편이었는데, 제대 이후에는 이 습관을 버렸다. 정수빈은 "원래 타격 폼을 자주 바꿨다. 잘 치고 싶으니까 그랬던 건데, 지금은 내 타격을 찾았다. 나는 어떻게 쳐야 하는 선수인지 어느 정도 알았다. 그래서 앞으로 폼을 바꾸는 일은 크게 없을 거 같다. 조금 수정하는 정도는 있겠지만, 큰 틀은 안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생각도 같았다. 김 감독은 "타격이 군대 다녀오기 전과 달라진 건 없다. 한 가지 타격 폼으로 계속하려는 게 보인다. 전에는 조금만 안 맞으면 폼을 바꿨는데, 지금은 자신을 믿고 치는 거 같다"고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주전 경쟁에 뛰어든 것도 주효했다. 올 시즌 두산은 정수빈이 돌아오기 전까지 우익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울러 지난 20일 방출된 외국인 타자 스캇 반슬라이크의 자리도 비어 있는 거나 다름 없었다. 김 감독은 공개적으로 "제대하면 정수빈을 바로 쓰겠다"고 밝히며 정수빈에게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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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은 "기사를 봤다. 감독님께서 그렇게 생각해주신 것만으로 더 책임감이 생겼다. 설렁설렁할 것도 아니었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신 거 같다. 팀에 합류했을 때 감독님께서 와서 열심히 해보라고 하셨다. 그 한마디가 가장 와닿았다. 파레디스나 반슬라이크의 부진이 팀에는 안 좋을 수 있지만, 나한테는 기회였다. 그 기회를 잡아야 했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한 것도 있다. 외국인 타자들이 못한 만큼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대하자마자 중견수로 자리 잡으면서 1차 목표는 이뤘다. 이제는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정수빈은 "어느덧 프로 10년째다. 앞으로 길게 하면 또 10년이 남았다. 이제 야구 인생의 중반에 온 셈이다. 지금까지 10년은 긴 준비 시간이었다. 그동안 야구 실력이 나쁘지도 좋지도 않았던 거 같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앞으로 10년이 내 야구 인생의 클라이맥스가 됐으면 좋겠다. 후회 없이 야구를 그만둘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흐른 세월 만큼 정수빈은 여러모로 성숙해져 있었다. 군대에서 2년이 큰 자양분이 됐다. 그는 "군대에 있는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와서도 잘할 수 있는 거 같다. 군대에서 헛된 시간을 보냈다면 똑같은 선수로 돌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가 꿈꾸는 '야구 인생의 클라이맥스'에 크게 한 걸음 다가선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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