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인 최다 홈런 신기록 ‘괴물’
홈런 22개, 평균 비거리 120m 넘어
허벅지 32인치서 나오는 강력한 힘
“수비 실수 잦아 … 내년엔 더 잘할것”
KT 위즈 ‘괴물 신인’ 강백호가 프로야구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5일 시즌 22호 홈런을 쳐, 24년간 깨지지 않던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1994년 김재현의 21홈런이다. 강백호는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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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괴물 신인’ 강백호(19·KT 위즈)는 KBO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운 선수답지 않게 무덤덤했다. 그는 지난 15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솔로홈런을 쳤다. 시즌 22호. 이 한 방으로 그는 1994년 김재현(당시 LG 트윈스)이 세운 고졸 신인 최다 홈런 기록(21홈런)을 24년 만에 깼다. 기록 수립 후 환하게 웃었던 강백호는 사흘 만에 예의 무뚝뚝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뿌듯해하는 기운이 제법 느껴졌다. 그는 “앞으로 잘해도, 못해도, 계속 제 이름이 많이 나올 테니 영광이기는 해요”라며 살짝 미소 지었다.
“슬램덩크 강백호보다 야구선수 강백호를 더 많이 알아주는 것 같아서 뿌듯하네요.” 그의 이름은 신화 속 영험한 동물인 ‘백호(白虎)’에서 따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들으면 일본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를 떠올린다.
지난 2월 서울고를 졸업한 강백호는 신인 2차 지명에서 전체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파워에 강한 어깨까지 갖춰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약했던 그는 데뷔 전부터 KBO리그를 흔들 대형신인으로 꼽혔다. KT는 계약금 4억5000만원을 안기며 기대감을 표시했고, 그는 데뷔 시즌 22홈런으로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당당한 체격(1m84㎝·98㎏)의 강백호는 파워 거포다. 올 시즌 홈런 최장 비거리는 135m고, 평균 비거리도 120m를 넘는다. 힘은 탄탄한 하체에서 나온다. 허벅지 굵기가 무려 32인치. 다리를 붙이고 서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안정적인 하체 덕분에 크게 다친 적이 없다.
시즌 초 바깥쪽 변화구에 약해 기복이 있었던 강백호는 안정적인 타격폼으로 교정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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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들어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 강백호는 “지난 7월 올스타 휴식기와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오히려 독이 됐다. 훈련은 했지만 실전 경기를 못하면서 타격감이 떨어졌다. 계속 기록 이야기가 나오는데 홈런이 터지지 않아서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22호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부담감도 함께 날려 보냈다. 강백호는 “부모님이 더 좋아하셨다. 21, 22호 홈런공을 부모님께 갖다 드렸다”고 전했다. 아버지 강창열(59)씨와 어머니 정연주(55)씨는 외아들의 1호 팬이다. 아들이 KT에 입단하자 경기도 김포시에서 수원구장 근처로 이사했다. 홈 경기는 물론, 원정 경기도 일일이 찾아가 응원한다. 강백호는 “아버지가 ‘이제 타율을 3할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바람이라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타율은 2할 후반대다.
강백호는 당초 타격보다 수비에 고민이 깊었다. 그는 고교 시절까지 투수와 포수로 뛰었다. 프로에 온 뒤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좌익수로 전향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강백호가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질 만큼 어깨가 강해 좌익수를 잘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낯선 포지션이라 실수가 잦았다. 강백호는 “타격보다 수비 연습을 더 열심히 한다. 경기에 자주 나가다 보니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시즌 초반 수비 점수가 10점이었다면, 지금은 60점은 되는 것 같다”며 “올해는 좌익수와 지명타자 출전 비율이 5대5였는데, 내년에는 7대3, 내후년엔 9대1로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강백호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필적할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 시즌 초반부터 신인왕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초연하다. 그는 “상이 좋지만, 상을 꼭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다.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야구에 집중할 수가 없다. 계속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귀가하면 잠만 자고, 휴식일에는 영화관에 가서 생각을 떨쳐냈다”고 말했다.
강백호가 진짜 원하는 건 따로 있다. 아버지 이름을 딴 야구장을 만드는 것이다. 신인상보다, 태극마크보다 더욱 이루고 싶은 꿈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열심히 하면 아버지께 야구장을 지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가 만만치 않은 곳이라는 걸 올해 확실히 알았으니, 더 열심히 해서 꼭 꿈을 이루겠습니다.” 그의 다짐이 유난히 다부지게 들렸다.
수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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