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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TF이슈] '피해 여배우' 반민정 "고통스런 시간" vs 조덕제 "추행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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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40개월 동안 여배우 강제추행 사건의 익명의 피해자가 드디어 실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반민정 씨는14일 대법원에서 조덕제 씨에게 원심을 확정하자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연기를 빙자한 성폭력'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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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월 다툼' 반민정 "조덕제의 행위는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여배우 강제추행을 놓고 40개월의 법정 다툼을 벌였던 사건은 남성 배우의 유죄로 마무리됐다. 대법원이 피해 여배우의 손을 들어주자 익명으로 법적 다툼을 벌였던 반민정 씨가 직접 언론에 나섰고, 유죄를 선고받은 가해자 조덕제는 여전히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여 앞으로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김소영 대법관)는 13일 오후 3시 10분 열린 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강제추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덕제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자 그동안 익명으로 재판을 진행했던 반 씨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 씨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배우로 불리던 조덕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반민정입니다. 조덕제는 강체 추행과 무고의 죄로 지금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다"며 "40개월 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구설에 올랐다는 이유로 굳이 섭외하지 않아도 될 연기자로 분류돼 연기를 지속하기도 어려웠고 강의 역시 끊겼으며 사람들도 떠나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도, 삶의 의욕도 모두 잃었다. 성폭력 피해를 입으면 법대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저는 모든 것을 잃었고,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 씨는 "유죄판결을 받은 지금도 저는 그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까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너무도 두렵다"고 호소하면서 "'관행'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없어져야 한다. '연기를 빙자한 성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룰을 파괴한다면 그런 예술은 존재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한 개인의 성폭력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화계의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선례로 남기를 바란다. 조덕제의 행위, 그것은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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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정 씨 강제추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최종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조덕제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제 추행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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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씨가 직접 언론에 나와 이번 사건을 거치는 동안의 과정과 의미를 설명했지만, 유죄를 선고받은 조 씨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조 씨는 선고 직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더 이상 법의 테두리에서 무죄를 소명할 기회는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강제 추행범'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감독의 지시와 시나리오 콘티에 맞는 수준에서 연기했고, 오버하지도 않았다.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불과 몇m 앞에서 두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강제 추행을 했다는 말인가"라며 "하지만 상대 배우가 대본과 콘티, 감독의 지시 안에서 연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강제 추행범이 된다면 영화·문화계는 물론 이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과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조 씨는 "유죄가 나왔지만, 그동안 걱정과 격려·응원의 말씀을 주셨던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2015년 4월, 조 씨가 영화 촬영 중 여배우 반 씨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혐의로 피소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조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반 씨가 항고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조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불복한 양측의 쌍방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면서 40개월의 법정 다툼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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