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김태우 기자] 두 가지 의미가 함께 담긴 공이 우측 스탠드에 박혔다. SK 좌타 거포 한동민(29)이 구단 역사와 함께 잠자던 팀 타선을 깨웠다.
한동민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 2번 우익수로 출전,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4-2 대승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4회 결정적인 만루포 한 방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SK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후 타격이 전체적으로 침묵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6일 울산 롯데전에서 무득점, 7일 롯데전 3점, 8일에는 인천 두산전에서는 다시 무득점에 그쳤다. 이날 이재원을 4번으로 이동시키는 등 라인업에 변화를 줬으나 초반 흐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중요한 순간은 1-2로 뒤진 4회였다. SK는 1사 후 최항이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2사 후 박승욱이 몸에 맞는 공, 노수광이 볼넷을 기록하며 2사 만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2사라는 점에서 두산에게도 충분한 승산이 있었고, 투수는 에이스이자 리그 평균자책점 1위 조쉬 린드블럼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한동민의 결과에 이날 승부의 많은 것이 달려 있었다.
여기서 한동민이 린드블럼의 낮은 쪽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에 박히는 큼지막한 역전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분위기가 순식간에 SK쪽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이는 한동민의 시즌 30번째 홈런이었다. 역대 SK 좌타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홈런은 한동민 자신이 지난해 세운 29개였다. 한동민이 자신의 개인 기록을 뛰어넘으며 SK 좌타 역사상 첫 30홈런 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또한 SK 타선을 깨우는 한 방이기도 했다. 한결 여유를 찾은 SK 타선은 5회 김동엽의 솔로홈런이 나오며 1점을 도망갔고, 7회 1점에 이어 7-2로 앞선 8회에는 연속 안타로 7득점하며 쐐기를 박았다.
한동민은 경기 후 "SK 좌타자 최초 30홈런 기록보다는 그것보다는 팀 타선이 최근에 식어 있었는데 분위기를 바꾼 물꼬를 튼 것 같아 그 부분이 기분이 좋다. 작년에 30홈런에 하나를 채우지 못하고 부상을 당해 아쉬웠는데 이렇게 빨리 30홈런을 다시 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도 경기 후 "한동민의 만루홈런으로 단번에 경기 흐름을 가져왔고, 타격의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 그 홈런 이후 모든 타자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타석에 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만약 SK 타선이 다음 주 기운을 차릴 수 있다면 한동민의 만루포가 갖는 의미는 더 커질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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