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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박항서의 베트남

`박항서 매직`도 넘은 韓축구…이제 金까지 단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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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

매일경제

29일(한국시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 이승우(왼쪽)가 첫 골을 성공시킨 후 손흥민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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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가 아시안게임 2연속 금메달이라는 목표 달성까지 이제 단 한 걸음만 남겨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멀티골과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추가골까지 묶어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베트남을 3대1로 꺾었다.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결승 진출은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56년 만의 일이고, 만일 2연패를 달성하면 한국 축구 최초의 경사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4강에 진출한 베트남은 내친김에 한국이라는 대어까지 잡고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기세였다. 베트남 기업들은 조기 퇴근을 결정하며 응원전을 독려했고, 이에 베트남 전체가 마치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처럼 뜨거워졌다. 경기가 열린 파칸사리 스타디움에도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양 팀 응원단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이날 한국의 키워드는 '선제골'이었다. 객관적 전력 차이는 존재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기세가 좋은 상대를 단판 승부에서 만나는 것은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일이기에 최대한 빨리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는 분석이었다.

결국 의도했던 대로 빠른 선제골이 경기의 향방을 갈랐다. 지금까지 치른 조별예선 3경기와 토너먼트 2경기에서는 와일드카드로 팀에 합류한 '큰 형님' 황의조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결승골을 넣었지만 이번 경기의 해결사는 '코리안 메시'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대회 초반 감기 몸살에 걸려 조별예선 내내 제 컨디션을 좀처럼 되찾지 못하고 부진했다. 그러나 이란과의 16강전에서 마침내 선발 출전해 환상적인 드리블과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고 이날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이승우는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7분 만에 황의조가 넘어지면서 흘러나온 공을 골대 모서리로 차 넣으며 베트남의 기세를 꺾었다. '선발 출전=골'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은 이승우는 이미 2대0으로 앞서 있던 후반 10분에도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베트남 수비수가 놓친 공을 잡아 가볍게 멀티골까지 기록했다.

동생이 활약하는데 형님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황의조와 손흥민은 전반 28분 2대0으로 달아나는 골을 합작하며 승리에 공헌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황의조는 손흥민의 킬패스를 이어받아 득점포를 터트렸다. 벌써 9골이나 기록한 황의조는 득점 2위인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우즈베키스탄·5골)와의 격차를 4골까지 벌리며 득점왕을 사실상 예약했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나온 황선홍의 최다골(11골) 기록 경신도 여전히 가능한 꿈이다. 마지막 와일드카드인 골키퍼 조현우(대구 FC)까지 부상에서 복귀해 선발로 활약을 펼쳤다.

기대보다 손쉽게 승리에 다가선 김학범 감독은 후반 중반 이후 황의조와 손흥민, 이승우를 모두 빼주면서 체력 안배까지 신경 쓰는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후반 25분 베트남 미드필더 쩐민브엉에게 프리킥 추격 골을 내주면서 잠시 흔들리기는 했으나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끝내 승자가 돼 1일 결승전을 앞두게 된 김학범 감독은 "먼저 박항서 감독님께 죄송하다"면서 "지금은 탈진 상태다. 마지막까지 정신력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감독이 의지를 드러낸 만큼 선수들도 의지를 불태웠다. 멀티골을 터트린 이승우는 "우리를 결승전까지 이끌어주신 김학범 감독을 위해 뛰었다. 결승전을 하기 위해 온 팀이니 남은 1경기를 잘 준비하겠다"면서 각오를 다졌고, 손흥민은 "여기까지 와서 우승 못 하면 바보"라는 말까지 했다.

아직 동메달을 노릴 기회를 남겨두고 있는 베트남은 아쉬워하면서도 한국의 실력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조국을 상대로 '코리안 더비'를 펼쳤던 박항서 감독은 "결승은 가지 못했지만 동메달을 위해 다시 준비해야 한다. 상대가 한국이라는 부분 때문에 초반 너무 위축된 플레이를 했다. 전반 초반에 일찍 실점한 게 큰 스코어로 진 원인"이라며 "김학범 감독의 결승행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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