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상 경기력으로 돌풍 이유 증명···“선수들 더 발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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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창과 방패의 대결이 아니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예상 이상으로 강했다. 29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전. 한국에 1대3으로 지기는 했지만 금성홍기(베트남 국기) 티셔츠를 맞춰 입고 관중석 한편을 가득 메운 베트남 팬들은 박항서호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생큐 박(Thank you Park)’이라는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후반 초반에 이미 0대3으로 뒤져 기울어진 듯했던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57위와 102위의 승부는 102위 베트남의 짜임새 있는 공세에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골키퍼를 빼놓고 키 175㎝ 이상 선수가 단 1명뿐인 베트남은 수준 이상의 스피드와 패스·슈팅 정확도, 저돌성을 앞세워 한국을 밀어붙였다. 후반 25분 ‘월드컵 스타’ 조현우의 방어를 유유히 뚫은 쩐민브엉의 오른발 프리킥은 유럽파가 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었다. 후반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는 발만 제대로 갖다 댔다면 들어갔을 결정적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종료 휘슬과 함께 한국 선수들을 드러눕게 만들 만큼 체력 싸움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부임한 박 감독은 ‘히딩크식’ 체력 훈련과 선수들에게 직접 발마사지까지 해줄 정도로 정성스러운 ‘파파(아버지) 리더십’으로 베트남 축구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얻은 자신감도 이번 대회 돌풍에 한몫했다. 결승 문턱에서 한 박자 쉰 베트남은 9월1일 오후5시(한국시각) 3·4위전에서 사상 첫 동메달에 도전한다.
경기 후 박 감독은 “졌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줬다. 3·4위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선수들이 더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김학범 감독과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축하한다는 얘기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온 박 감독은 후반에 포백으로 전환하면서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는 “손흥민이 측면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중앙으로 나와 대비가 부족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대표팀은 4강 신화에 따른 협회와 기업 포상금으로 1억원 이상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385달러(약 264만원)인 점을 생각하면 꽤 큰돈이다.
한편 이날 경기는 국내 시청률이 40%를 넘을 정도로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시청률조사업체 ATAM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생중계한 준결승 실시간 시청률은 합계 41.94%에 달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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