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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이탈리아 '세리에 A'

‘비주류’ 김학범, 사리 첼시 감독처럼 은행원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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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리처럼 프로무대 못밟아

둘 다 은행원서 지도자 변신

유리천장 깨고 아시안게임 감독

인맥축구 논란 딛고 4강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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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김학범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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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첼시 새 감독에 오른 사리.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40세까지 오전엔 은행에서 일했고 오후엔 아마추어 축구팀을 지도했다. [첼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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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는 올 시즌 마우리치오 사리(59·이탈리아) 새 감독과 함께 개막 후 3연승을 기록 중이다.

사리 감독은‘축구계 비주류’다. 고향팀 나폴리 열혈팬이었던 그는 중앙수비로 뛰었지만 프로 무대를 밟진 못했다. 마흔살이던 1999년까지 오전엔 은행에서 일했고, 오후엔 아마추어 축구팀을 지도하는 ‘투잡’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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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나폴리 시절 사리 감독. [나폴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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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탈리아 6부리그 산 소비노 감독을 맡은 그는 아내에게 은행을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 밤낮으로 축구이론 연구에 매달렸다. 2012년 2부리그 세리에B 엠폴리를 맡아 2시즌만에 1부리그 세리에A로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33개의 다양한 전술을 펼친다며 ‘미스터 33’이란 별명도 얻었다.

사리 감독은 2015년 고향팀 나폴리를 맡아서 부임 첫해 리그 2위를 이끌었고, 지난 시즌 승점 91점을 따고도 유벤투스에 승점 4점 뒤져 아깝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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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겔로랑 반둥 라우탄 아피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둔 한국 U-23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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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학범(58) 감독도 사리처럼 산전수전을 다 겪는 잡초인생을 살아왔다. 프로무대도 못 밟아봤다. 실업팀 국민은행에서 은퇴한 뒤 은행원으로도 일했다.

1992년 지도자로 변신한 김학범은 성남 일화 코치로 3차례(2001~2003년), 감독으로 1차례(2005년) K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2014년엔 시민구단 성남FC를 FA컵 정상에 올려놓았다.

김 감독은 휴식기엔 유럽과 남미로 날아가 현장에서 선진축구를 지켜본다. 축구기자들도 그의 냉철한 전술분석에 놀랄 때가 많다. 명지대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김 감독은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빗대 ‘학범슨’이란 별명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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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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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감독 앞에는 도전자의 경쟁을 원천적으로 막는 ‘유리천장’이 존재했다. ”태극마크 한번 못달아본 사람이 무슨 대표팀 감독이냐”는 편견과 싸워야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감독 최종면접에서 대회 참가 24개국 전력분석을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2월 김 감독이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을 맡자, 1960년생 노장 감독과 23세 이하 젊은선수들의 세대차이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다. 손흥민(토트넘) 같은 수퍼스타를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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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U-23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선제골을 넣고 김학범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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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성남에서 사제지간이었던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발탁하면서 ‘인맥축구’ 논란에 휩싸였다. ‘잘하는 선수를 뽑으랬더니 잘아는 선수를 뽑았다’는 조롱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가시밭길이 이어졌다. 바레인과 1차전에서 6-0 대승을 거뒀지만, 말레이시아와 2차전에 선발진을 6명이나 교체했다가 1-2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비난은 최고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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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8강전이 27일 열렸다. 경기가 끝난 뒤 김학범 감독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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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감독은 16강에서 난적 이란을 2-0으로 완파한데 이어 27일 8강에서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을 연장 혈투 끝에 4-3으로 제압했다. 인맥축구 논란에 휩싸였던 황의조는 이번대회에서 무려 8골을 터트리면서, 김 감독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증명했다.

김 감독은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한참이나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눈물을 보이며 “선수들이 열심히 잘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눈물의 의미를 묻자 “너무 힘들게…”라고 말을 잇지 못한 뒤 카메라에서 고개를 돌리며 “그만 합시다”라고 말했다. 평소 강인하고 무뚝뚝한 김 감독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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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리 함식은 살면서 사리 감독처럼 담배를 많이 물고 있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영국 미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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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과 사리 감독 둘다 애연가다. 김 감독은 스트레스 탓에 한때 하루에 담배 3갑을 피웠지만, 요즘엔 1갑으로 줄였다고 한다. 사리 감독도 한때 하루에 담배를 80개비, 한시간에 4~5개비를 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흡연 금지 규정 탓에 요즘엔 씹는 담배를 애용하고 저녁엔 마음껏 피운다.

김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담배를 태우는 대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앞으로 2경기만 더 이기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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