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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가시밭길 자초한 한국축구, 우승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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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방심이 화를 불렀다. 대표팀 스스로가 자초한 가시밭길이다. ‘반둥 쇼크’가 불러온 후유증의 여파가 쓰라리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순간적인 수비 실수 2개로 2골을 내주며 1-2로 무너졌다.

승점이 같을 경우 승자승 원칙으로 순위를 정하는 이번 대회 규정에 따라 한국은 조 1위는 완전히 물건너갔다. 따라서 현재 꺼내들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키르기스스탄을 잡고 조 2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 2위로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16강부터 토너먼트 일정은 가시밭길이 됐다. 우승까지는 첩첩산중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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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1위를 차지했더라면, 한국은 오는 24일 16강을 시작으로 토너먼트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휴식일도 3일이나 됐다. 하지만 조 2위가 되면 한국은 23일부터 16강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휴식일이 하루 줄어들게 된다.

만나야 할 상대들도 만만치 않다. 조 2위로 올라가면 한국은 16강에서 이란 또는 사우디아라비아,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 4강에서 일본과 만날 확률이 높다. 이들 모두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들이다. 대표팀으로서는 최악의 대진이다.

경기장 문제도 있다. 한국은 조 1위로 올라가면 16강을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치른 뒤 8강부터는 파칸사리 스타디움 한 곳에서만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두 경기장 모두 자카르타 인근의 베카시와 보고르라는 곳에 위치해 있어 대표팀의 이동 부담도 줄어든다. 하지만 조 2위를 차지하게 되면 한국은 16강을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이 아닌,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치르고 4강전까지 모두 다른 곳에서 토너먼트 경기를 해야 한다. 특히 치카랑은 교통 체증으로 유명한 곳인데다 훈련 시설도 굉장히 열악하다. 이 곳에서 조별리그를 치른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처한 상황은 열악하지만,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대표팀 스스로 자처한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의 방심, 변명 없이 경기로 보여줘야만 한다.

김학범 감독은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뒤 “좋은 예방주사를 일찍 맞았다고 생각하겠다. 이것을 극복해서 나가도록 하겠다”며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아산)도 “우리 스스로 험난한 길을 택한 것이다. 이제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며 “경기장이나 일정, 상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똘똘 뭉쳐 준비하면 다시 반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둥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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