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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2018년 아시안게임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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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을 이틀 앞둔 16일 개막식이 열릴 예정인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앞에서 군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자카르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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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11]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드디어 18일 그 대장정을 시작한다. 9월 2일까지 2주간 펼쳐지는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이 참가하며, 선수 1만1300여 명이 각 종목에서 아시아 최고가 누구인지를 놓고 자웅을 가린다.

아시안게임은 1951년 인도에서 첫 아시안게임이 열린 이후 18회를 맞이했다. 1948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극동선수권대회와 서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합해 창설하자는 데 아시아 주요국이 합의한 것이 대회의 시초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범위를 가진 대륙인 아시아 국가들을 한데 모으는 것은 엄청난 기획이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첫 대회부터 삐걱거렸다. 1950년 열리기로 했던 제1회 뉴델리 하계아시안게임은 준비부족과 여러 사정으로 인해 1년 연기된 1951년에 개최됐다. 그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기획했던 6개 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은 첫 대회에 불참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중이었다. 물론 정상적으로 1950년에 개최됐을 경우에도 참가가 가능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1~3회 하계아시안게임이 6월 전에 개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가가 가능했다. 어쨌든 1회 대회는 대한민국이 참가하지 못했던 유일한 아시안게임이다.

그렇게 11개국 500명도 안 되는 선수들이 모여 소박하게 열렸던 아시안게임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고, OCA 회원국 대부분인 40개국 이상, 1만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매머드급 대회로 발전했다.

하지만 규모나 외형만큼 아시안게임이 발전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제기한다면, 아쉽게도 긍정적인 답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의 대회 준비와 관련한 여러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개막이 코앞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경기장이 완공되지 않았고, 시스템 또한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소식은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심지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도 대회 직전 준비 부족에 대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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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케마요란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선수촌에서 열린 입촌식 행사에서 김성조 선수단장, 박상영 등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이 주축이 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촌식 행사에서 단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자카르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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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대회는 올해(2018년)에 열리는 것도 아니었고,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것도 아니었다. 2012년 OCA는 기존 하계아시안게임의 흥행이 부진한 이유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동계올림픽과 같은 해에 개최되는 데 있다고 판단해 2018년이 아닌 2019년에 개최하기로 하고 베트남 하노이로 개최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2년 뒤인 2014년 경제적 상황을 이유로 개최권을 반납했고, OCA는 인도네시아로 개최지를 변경했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 자국의 대선이 열린다는 점을 고려해 개최 연도를 2018년으로 바꿔줄 것으로 요청했다. 대안이 없던 OCA는 이를 받아들였다.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 됐다.

FIFA 월드컵, 동계올림픽과 같은 해에 개최되는 것이 아시안게임 흥행 부진의 이유라는 진단이 맞는지 여부는 둘째 치자. 당초 개최지인 베트남 하노이가 개최권을 반납하는 돌발 상황 역시 백번 양보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어렵게 결정한 개최 시기가 너무 쉽게 바뀌었다. 그것도 개최국의 내부 정치 사정을 고려해서 그랬다는 점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좋게 생각하면 유연해 보이는 의사결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45개국, 1만명이 훌쩍 넘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7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국제대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좀 그렇다.

어찌 보면 대회 준비가 부족한 것은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직전 2014 인천대회, 2002 부산대회가 7년 전인 2007년과 1995년에 개최가 결정돼 준비했고, 2010 광저우대회, 2006 도하대회도 6년 전에 선정돼 준비했다. 반면, 이번 인도네시아대회는 4년 전인 2014년에 급하게 변경됐다. 경제적 여건과는 별개로 어떤 도시나 국가에도 4년이라는 시간은 대규모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데 무척 빡빡한 기간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회 개최가 1년 앞당겨진 것이 개최지인 인도네시아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만의 또 하나의 새로운 특징은 개최지가 자카르타와 팔렘방 2곳이라는 점이다. 개최 도시가 2곳인 적은 역대 하계아시안게임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FIFA 월드컵과 다르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개최국이 아닌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대회를 운영한다. 물론 하나의 도시에 모든 스포츠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져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개최 도시가 1곳이라도 주변의 많은 도시의 인프라를 이용하곤 한다.

인도네시아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자카르타와 팔렘방은 서로 다른 섬에 위치해 있다. 두 도시 간의 거리는 600㎞가 훨씬 넘으며, 서울과 제주 간 직선거리보다도 멀다. 꽤 먼 거리의 두 지역에서 공동 개최된다는 점은 이번 대회의 성패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금번 아시안게임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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