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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전북에 완패’ 수원 스리백, 공격·수비 다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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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0-3이라는 스코어는 완패를 의미한다. 안방에서 당한 0-3 패배라면 참패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수원삼성과 전북현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7라운드 경기는 1,2위 팀 간 경기로 보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커 보였다. 이 패배로 전북의 올 시즌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남은 경기가 많지만 전력 차이가 여실히 보였기 때문이다.

수원은 2018시즌 최다 관중이 모인 가운데 무력한 경기를 했다. 서정원 감독은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스리백을 두고, 노장 공격수 데얀을 보좌하기 위해 기동력이 좋은 두 명의 공격수를 날개에 붙인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으나 공격도 수비도 부실했다.

기본적으로 전북은 개인 기량에서 K리그 최강이다. 전북은 후반전에 리그 최고급 선수인 아드리아노, 이동국, 이재성을 교체 선수로 투입했다. 선발 명단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한 이용과 김신욱 외에 손준호, 이승기, 홍정호, 최철순 등 국가 대표를 지낸 선수들이 즐비했다.

전북에 지기 전까지 리그 2위를 달리던 수원도 스쿼드의 역량이 현격하게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는 3-4-3 포메이션을 꺼내든 수원이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한 전북에 구조적으로도 열세인 경기를 했다. 수원의 문제는 현재 플랜A로 삼고 있는 3-4-3 포메이션이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데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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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스리백에는 수비 전문가가 없다

스리백으로 위험 지역을 커버할 숫자를 늘린 수원의 스리백이 세 골을 내준 과정에는 개인 수비력의 문제가 있었다. 전반 14분 로페즈에게 선제골을 내줄 때 장호익과 조성진이 근거리에서 마크했는데 드리블도 슈팅도 차단하지 못했다.

로페즈가 선제골을 넣을 때 전북은 골키퍼가 롱킥을 때리고, 원톱 김신욱이 2선으로 내려와 헤더로 떨군 공을 로페즈가 잡아 전진했다. 단순한 롱 볼 플레이였다. 이종성이 전진해 김신욱과 경합했고, 공을 차단하지 못했다. 이종성이 비운 자리를 오른쪽 윙백 장호익과 스리백의 중앙에 있는 조성진이 커버하며 로페즈의 침투를 막았다.

후반 14분 로페즈의 두 번째 득점 장면에서는 측면과 중앙으로 들어오는 패스를 수비진이 우왕좌왕하며 커트하지 못했다. 후반 39분 아드리아노가 세 번째 골을 넣을 때는 수비 지역에서 빌드업하던 볼을 차단 당해 쇼트 카운터를 당했는데, 그 앞을 막아선 조성진과 양상민이 춤추듯 드리블하는 아드리아노를 전혀 저지하지 못했다. 각각 득점 장면에서 전북 공격수들이 워낙 잘하기도 했다.

수원의 스리백 라인에는 수비 전문가가 없다. 오른쪽 센터백 이종성은 본래 중앙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다. 패스 길을 읽을 줄 알고, 미드필더로 뛸 때는 압박 타이밍을 잘 아는 선수다. 서 감독은 수비 라인에 이탈 자원이 있을 때 이종성을 빌드업하는 측면 센터백으로 기용하고 있다. 자연히 상대 공격수를 직접 상대할 때 수비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수원의 왼쪽 센터백으로 기용된 양상민도 주 포지션은 레프트백이다. 스리백 전술을 쓰면서 센터백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가장 편한 위치는 아니지만 경험과 노력을 바탕으로 센터백으로도 무난한 경기를 해왔다.

하지만 대인 수비 측면에서 그 역시 본 포지션이 풀백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준수한 정도다. 센터백 영역에서 공격을 지원하고, 왼발 킥으로 빌드업하는 부분이 대인 수비의 약점을 상쇄한다. 양상민도 전북 공격이 밀고 올라올 때 단호하고 견고하게 차단하지 못했다. 이종성과 양상민 모두 전문 센터백이 아니니 자연스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스리백의 중앙을 담당하는 조성진이 전문 센터백인데, 그 역시 악착 같은 대인 수비 보다 빌드업이 좋고,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을 오가며 커버하는 플레이가 강점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좋은 전북 공격을 상대하기에 스리백 구성 자체가 아쉬웠다. 이 스리백은 수원이 공을 쥐고 지배하는 경기를 할 때 강점이 발휘될 수 있다. 반대의 상황에는 본질적 약점이 드러나는 상황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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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중원에는 공을 지배하는 선수가 없다

수원은 선제골을 내주기 전 초반 13분 동안 차분하게 빌드업하면서, 라인을 전진시켰다. 선제골을 내주기 직전에 미드필더 조원희가 공격에 가담해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전북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조원희는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관여했다. 올 시즌 조원희는 많이 뛰면서 공격 상황에서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결실을 맺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원의 3-4-3 포메이션이 보인 문제는 수비 전문가 없이 빌드업 능력이 강조된 스리백 앞에 ‘플레이메이커’가 없다는 점이다. 좌우 윙백 외에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만 배치하고 있는 데 공을 관리하는 데 능한 선수, 패스 길을 여는 선수가 없다. 중원의 숫자를 줄인다면, 일당백의 활동력과 창조성을 갖춘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전북과 경기에 주장 김은선이 부상으로 빠진 수원은 이날 두 번째 프로 경기에 나선 유망주 김준형과 노장 조원희를 내세웠다.

김준형은 전반 9분 만에 경고를 받아 위축됐고, 조원희는 후반 들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준형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새로 영입된 엘비스 사리치와 교체됐는데, 사리치는 갓 영입된 선수로 본래 여름 휴가 기간에 몸을 만들지 못한 채 합류해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다. 빌드업하는 스리백을 두고 공을 관리하지 못하는 미드필더를 배치하니 스리백이 가진 수비력 문제가 그대로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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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공격진에 공중볼 전문가가 없다. 그런데 크로스 공격이 잦다

수원은 이날 공격 전개 상황에서 중앙과 발 밑을 활용한 플레이가 거의 없었다. 공중볼 경합 시 김신욱이 내려오고, 센터백 최보경까지 중원 지원이 가능한 전북은 애초에 손준호, 이승기, 임선영, 신형민 등을 선발로 내면서 중앙 지역에 틈을 주지 않았다.

지금의 구조로 수적 우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이 뛸 수 있고, 빨리 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데 수원은 공격진에 데얀, 중원에 조원희, 수비진에 양상민 등 노장 선수가 축을 잡고 있다.

결국 수원은 이기제와 장호익의 크로스로 공격을 전개했는데, 바그닝요는 178cm, 한의권은 182cm의 키에 애초에 공중볼 확보 능력이 깅점이 아닌데다, 중앙 공격수 데얀도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아니다. 물론 공중볼을 직접 따내지 못해도 세컨드볼을 확보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데. 스리백을 쓴 수원은 좌우 윙백의 활동거리가 많고, 전북 역습에 대처하느라 더 많이 뛰어야 했으며,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역시 너무 많은 전환 과정 속에 전북 보다 먼저 지쳤다.

수원은 구조적, 구성적, 체력적 열세 속에 공격 지원 과정에도 힘을 받을 수 없었다. 조원희가 전진해서 스리톱을 지원한다고 해도 거리상, 특성상 한계가 있다. 중거리슛 한 방으로 허를 찌르거나, 전북 수비 한 명을 끌어들이는 정도 외에 전술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데얀이 공을 받기 위해 내려오고, 바그닝요와 한의권이 개인 돌파로 커트인해 슈팅하는 패턴 정도만 가능했다.

수원의 공격은 예측가능하고, 부정확했다. 역습할 때마다 쉽게 득점한 전북은 수원의 공격을 큰 힘 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제어할 수 있었다. 후반에 들어온 사리치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염기훈도 한참 좋을 때의 폼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의권 대신 들어온 임상협도 솔로 플레이로 전북 수비를 흔들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 수원은 후반전에 적극적으로 선수를 교체했으나 두 골을 더 얻어맞고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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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C 챔피언스리그 8강 리턴매치, 수원은 전북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미 K리그1 우승은 전북이 매우 유리한 상황이 됐다. 수원이 설욕할 수 있는 무대는 8강에서 만날 AFC 챔피언스리그다. 수원은 새로 영입한 한의권이 번뜩였고, 여름 이적 시장에 영입한 박종우와 사리치가 팀에 녹아들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 대대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전북도 이재성의 체력이 올라오고, 김진수와 김민재가 부상에서 회복하면 더 강력한 스쿼드로 경기할 수 있다. 이 세 명의 국가 대표 선수 없이도 이미 강한 전북이다. 전북은 개인적으로, 구조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앞서있고, 챔피언스리그 큰 경기 경험도 더 많다.

수원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울산을 16강에서 떨어트렸을 때처럼 리그전 승리로 방심한 상대를 전술적으로, 정신적으로 놀라게 할 수 있는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전북전은 수원이 최고의 상태로 임한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쿼드에 발생한 구멍을 적절한 구조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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