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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전반기 1위 김태형 감독의 “아직 진행 중”이라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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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다람쥐가 볼이 미어터지도록 도토리를 잔뜩 물고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한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로운 처세다. 먹이를 잔뜩 저장해 두고 허기가 질 때마다 야금야금 갈무리해둔 도토리를 꺼내 먹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인상이지만, 김태형(51) 두산 베어스 감독을 보노라면, 다람쥐가 연상 된다. 구단 운용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그는 어디엔가 저장해 놓은 도토리를 꺼내는 다람쥐처럼 주전들의 뒤에 있던 선수들을 불러내 큰 공백 없이 전반기를 마쳤다. 리그 전 일정의 을 소화한 7월 13일 현재 두산은 87게임에서 58승 29패(승률 .667), 승패 마진 +29로 KBO 리그 2위 한화 이글스에 7게임차로 앞서 있다. 2위권과 그리 먼 거리가 아닌 탓인지 김태형 감독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 결정이 난 것이 아니어서…”라며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김태형 감독은 과감성과 승부처에서 머무적거리지 않고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는 결단력이나 민첩성으로 두산 구단을 큰 위태로움 없이 리그 선두로 이끌었다.

두산의 1위 질주는 뜻밖이다. 그만큼 경이롭다. 10개 구단 가운데 두산은 올 시즌 이른바 FA를 비롯한 선수 보강이 없었던 유일한 팀이다. 오히려 외야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민병헌을 내보내 전력 약화가 예상됐다.

김태형 감독이 올 시즌 개막 전에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작년에 준우승 했으니까 조금만 더하면 우승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지만 객관적인 판단으론 올해 (두산이) 5강에 드는 것조차 빠듯하다. 감독 개인 목표는 우선 4강에 드는 것이다.”라고 했을까. 이젠 그 말이 단순한 엄살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전반기를 마친 지금, 한 고비를 넘겼다고 봐야겠다.

“항상 매 게임 매 게임이 고비라고 생각한다.”

-선발진 두 축이 무너져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저나 장원준이 큰일이다.

“시즌 전에 염려는 했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렇게 경험이 많은 데도 (장원준은) 유희관과 달라서 생각이 많다. 완벽주의자라 부담을 많이 갖는 듯하다.”

-장원준은 이상하게 얼굴 표정에 맥이 빠져 보인다.

“(웃으면서)원래 스타일이다. 야구가 잘 안 되니까 더 그래 보인다. 걱정이다. 유희관은 제 공을 어느 정도는 던져 괜찮다. 장원준이 더 걱정이다.

-많이 던진 후유증인가.

“아무래도 그 게 영향이 있지 않을까.”

-김 감독은 시즌 전에 NC 다이노스와 4, 5등을 다툴 것이라고 했다. 엄살이었나.

“처음에는 솔직히 구상이 안 나왔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은 13~15승, 세스 후랭코프는 전망하기 어려웠지만 둘 합쳐 25승, 정말 잘하면 30승을 보고, 유희관, 장원준은 15, 20승 잡았다. 일단 중간,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이용찬도 미지수였고. 구상을 딱 짜가지고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는 박치국이 잘 해주고 있지만, 다른 팀은 다 보강이 돼 승수 플러스를 하면, 야, 4강 버티기를 해야겠다, 그런 계산을 하고 들어갔다. 사실 초반에 너무 잘 달렸다.

-흐름을 보면, 두산은 연패가 거의 없었다. 3연패가 두 번(5월 10~13일, 6월 17~20일) 있긴 했지만 초반에 8연승(4월 3~13일)으로 내빼고 6월 들어 10연승(6~16일)으로 안정권에 접어 들었다. 3연전 스윕도 4번이다. 1진이 펑크 나면 뒤 받치는 선수들이 잘 해줬다. ‘박치국 효과’는 김강률이 부진한 상태에서 컸다고 보는데.

“박치국이 중요할 때 다 막았다 지금 함덕주도 베스트로 나가서 탁 틀어막는 분위기는 아니고 좀 왔다갔다 한다. 박치국이 가장 안정 돼 있고, 함덕주가 잘 던지고는 있지만 썩 좋지는 않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뒤에 박치국을 함덕주 뒤로 놓고 싶은 데 김강률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박치국이 8회에 막아줘야 했다. 김강률이 좀 올라와 줘야 하는데, 김승회가 좋아지기는 했다.

-타선에서는 외국인 타자 부재 속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새로온 반슬라이크가 장거리타자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스윙 스피드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김재환이 올라왔고, 양의지는 미친 듯이 쳐대고 있는데, 오재일이 아쉽겠다. 양의지가 없는 두산을 상상하기 어렵다. 역대 이렇게 꾸준히 성장한 포수는 별로 없었다. 양의지는 박경완에게 버금가는 포수라고 해야겠다.

“양의지가 빠지면 대미지가 크다. 포수는 사실 다른 포지션보다 웬만하면 그 팀에서 잡는 게 맞다.” 구단이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포수는, 게다가 양의지는 정말 중요한 선수니까.

-앞으로 운용은? 아시안게임 휴지기가 있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기는 해도 조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지 않은가.

“지금 경기차가 있으니까 여유가 있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다들 엄살이라고 하는데, 아직 진행 중이지 결정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아침 구장에 나가면, 구상을 한다. 선수들, 몸 상태가 괜찮겠지 하면서. 아직 ‘안전하다’, 이런 마음은 아니다. 연승연패하면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최강자로 여겼던 KIA가 뒤로 처진 것에 대한 반대급부, 효과도 있다고 봐야겠다.

“생각보다 기아가 그렇고, 한화는 잘 하고 있고. 기아는 베테랑들이 많은데 5할에 못 미칠 줄은 몰랐다. 출발은 가장 안정적이었는데. 중간(투수)이 없다 해도 그쪽 중간이면 좋은 중간이다. 나는 어린투수들이 얻어맞더라도 큰다는 얘기를 믿지 않는다. (투수가) 망가지기 전에 빨리 바꾼다. 자신이 없어 ‘볼, 볼’을 던지는데도 ‘자신 있게 하라’고 민다고 해서는 절대로 못 이겨낸다. 얻어터지면 기가 다 꺾인다. 볼 두세 개를 내주면 바꿔줘야 한다. 타자들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마운드에서 자신 없어하면 빠르게 교체를 해 주는 편이다. 그러다 대량 실점하게 된다. (빠른 교체) 그 게 맞는 듯하다. 경기 막판에 마무리가 없어 내버려 두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평소 투수들에게 (빠른 교체 시)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오라고 주문한다.

-경기 도중 최주환에게 귀띔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덕아웃에서 김재환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하는 모습이 방송에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감독을 하면서 가장 해봐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우리 선수들 평소 버릇을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눈여겨보겠다는 것이다. 방망이는 한 순 간에 폼이 이상해질 수 있어 계속 지켜봐야 한다. (선수에게) 부담이 갈 수도 있다곤 하지만 김재환도 어제, 오늘 다르다. 하체 중심이 안 잡혀 있고 중심도 붕 떠 있어 팔 위치가 여기에 가 있다, 뭐 그런 얘기를 해줬다. 고토 코치 코치가 중심타자한테 폼 얘기를 하기는 어려워한다. 그건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선수들 타격에 예민하기 때문에 엉뚱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을 경기 중에도 과감하게 한 번씩 지적한다.

-5분의 3이 지나 현재전력만 유지해서 잘 가면 골인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 투수 둘 (장)원준, (유)희관 걱정스럽지만 다른 투수들, 야수들이 잘 해주고 있고 다른 팀들이 우리보다 월등히 치고 나갈 흐름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위 팀이 약해서 무조건 승수 계산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게임 한 게임 순리대로 하는 것 뿐이다.

-선수들 집념이 대단하다. 포기를 안 하는 노하우라고 할까, 그런 게 있는가. 실수는 누구나 하지만 두산은 실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선수들이 게임 흐름을 잘 읽고 한다, 그런 느낌을 받는다.

“우리 선수들이 잘한다.(웃음) 잘 뭉쳐 있고. 아무래도 한국시리즈를 3년 연속 경험을 했다는 것이 선수들한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여유도 생기고, 잘 하는 것을 보면.”

감독이 구단 내부에 얽혀 있는 역학관계나 인과를 드러내기는 힘들 터. 김태형 감독 역시 내색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있겠지만 잘 갈무리해서 어쨌든 전반기를 1위로 통과했다. 아직도 날마다 구상을 짓고 허물고를 반복하지만 저만치 결승선이 보이고 있다. 그의 시선은 당연하지만, 통합 우승을 향해있다. 완전한 전력이 못되더라도 차선의 전력으로 고지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굳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이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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