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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

[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산적한 제도개선,체육회는 무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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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한국 체육계가 좌표를 잃고 포류하는 모양새다. 든든한 재정 젖줄 역할을 자임했던 큰 기업들이 하나 둘 체육에서 손을 떼고 있고 각 종목마다 반목과 불화의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60개 회원종목단체를 아우르는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지만 정작 체육회는 얽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체육회가 헝클어진 체육계를 수습하기 위해선 산만한 조직을 추슬러 도처에 흩어진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게 시급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체육계의 혼란은 제도적 허점이 야기한 문제가 태반이라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전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관치체육’의 그림자가 졸속으로 처리한 제도와 맞물리면서 큰 혼란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보장할 수 있어야 바람직한 제도다. 지금 체육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몇 가지 제도는 이미 출발부터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던 게 사실이다. 체육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는커녕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졸속으로 만든 제도였기 때문이다.

현재 도마 위에 오른 체육계의 제도개선 사안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째는 임원의 임기 제한 문제다. 이는 체육단체의 사유화를 막기위한 제도로 한편으로는 체육 개혁에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하는 의견 또한 만만치 않다. 체육회 정관에는 임원의 임기를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 조항의 해석은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임원 임기를 두 차례로 제한한다는 게 체육회의 해석이지만 글자그대로 연임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다양한 해석도 가능해 이 기회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원의 임기제한 조항과 관련해 저변이 얇은 종목의 특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종목은 임원 풀(Pool)이 한정돼 임원의 임기 제한 규정을 지키다보면 집행부 구성 자체가 힘들다는 게 체육계의 볼멘소리다.

두 번째는 불합리한 선거인단 제도다. 종전 대의원 선거방식은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을 통해 성원(成員)을 충족시킨 뒤 출석대의원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바뀐 선거인단 제도는 다양한 체육주체들의 선거 참여에만 신경쓰면서 당선 요건에서 투표참가율이라는 핵심사항을 빠트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현행 제도에선 100명이상 300명이하의 선거인단만 구성되면 선거가 유효하며 유표투표 중 다득표자가 당선되도록 선거규정이 바뀌었다. 최악의 경우 100명이 넘는 선거인단 구성 후 단 3명이 투표에 참여해 2표를 얻더라도 당선되는 상식밖의 케이스도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허점은 벌써 몇몇 단체 회장 선거에서 여지없이 드러나 체육계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세 번째는 전임 집행부의 일괄사퇴와 관련된 문제다. 새 수장이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전임 집행부가 사퇴를 하지 않고 발목을 잡는 ‘몽니 부리기’가 허다해졌다. 종전에는 전임 집행부의 일괄사퇴가 불문율처럼 통용됐지만 임원의 임기 제한 조항 탓인지 자리를 지키는 게 새 풍속도로 자리잡았다. 보궐선거에서 새 회장 선출과 함께 전임 집행부의 임기를 종료시키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은 귀담아둘 만하다.

회장 탄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대의원들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체육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종목별 마피아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회장을 툭하면 탄핵으로 몰아붙이는 통에 체육계가 어지럽다. 이번 기회에 협회의 행정 안정성을 고려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에 폐지됐던 중앙대의원의 부활도 한 번쯤 고려해볼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 아닐까 싶다.

체육회는 그동안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똑같은 비판을 받아왔다. 선제적 대응을 펼치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따가운 비판의 한결같은 내용이었다.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체육회의 관행적 실수는 치열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탓이 크다. 적어도 앞에서 언급한 네 가지 제도개선 사안은 슬쩍 눙치고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라는 걸 체육회가 알았으면 좋겠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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