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안 만났을 뿐, 앞으로 만날 계획이 있는 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애초 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회가 추린 10명 안팎 후보군에 포함됐는지조차 모른다.
불과 3개월 전까지 일본을 이끌었던 할릴호지치 감독에 관심을 가졌을까. 전임 감독제 도입 이후 일본에서 활동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한 사례가 없다. 과거 트루시에 감독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연은 없었다.
외국인감독 선임 작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왼쪽)은 실패작이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무엇보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선뜻 한국행을 택했을 지가 의문이다. 일본에서 활동한 경력은 둘째 문제다. 그를 영입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2015년 3월과 상황이 다르다. 할릴호지치 감독에게 놓인 선택지는 적지 않다.
한때 국가대표 감독은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히딩크 감독이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뒤, 한국은 외국인 감독에게 ‘성공’하기 힘든 곳이었다. 그래도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한국행을 바라는 외국인 감독이 줄을 섰다. 하지만 지금은 ‘득’이 될 것 없이 ‘독’만 가득한 자리다.
더 이상 한국에서 재기해 명예회복을 바라지도 않는다. 능력 있는 외국인 감독에게 명예를 회복할 직장은 수두룩하다.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살피면, 과거에 비해 ‘이름값’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4년 전 판 마바이크 감독은 1순위였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지휘했다. 하지만 요구조건이 많았다. 그리고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판 마바이크 감독과 협상이 결렬된 뒤 축구협회가 만났던 후보는 슈틸리케 감독, 페라라 감독 등이었다. 화려한 이력과 거리가 멀었다. 냉정히 말해 기대치를 충족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현재 한국축구의 냉정한 현주소다.
축구협회는 5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18 러시아월드컵 이후 첫 공식적인 자리였다. 한국축구의 민낯이 드러났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임원도 문제지만, 더 이상 세계축구에서 한국축구가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작아졌다.
세계강호와 A매치는 월드컵 본선에서야 가능해질 전망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네이션스리그를 시작하기도 하나, 제 아무리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해도 평가전을 성사시키기가 어렵다. 최근 네 번의 월드컵에서 개막 직전 평가전 상대로 세계랭킹 톱10 이내 팀은 스페인이 유일했다. 더 이상 한국과 겨루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스파링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매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도자 선임은 평가전 성사보다 더욱 어렵다. 이제는 기피하는 직장이 됐다. 외국인 감독은 한국행에 대해 커리어가 단절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한국은 아프리카, 중동, 일본보다 선호도가 떨어진다. 그들에게 호소할 것은 한국축구의 매력과 가치, 그리고 돈일 터다. 전자는 예전 같지 않다.
결국 돈 싸움이다. 축구협회는 4년 전보다 실탄을 더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빅 네임을 영입하려면, 역대 최고 대우까지 해줘야 한다. 몸값은 감독, 한 명만이 아니다. ‘사단’을 다 끌어 모으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정몽규 회장은 경쟁 협회보다 1.5배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계산보다 더 상회한 금액일지 모른다.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시기다. 1년 안에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북중미에서 대륙 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유능한 감독을 영입하고 싶은 협회는 하나둘이 아니다.
더욱이 축구협회는 뒤늦게 뛰어든 꼴이다. 선택 가능한 폭이 좁아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후보군이 다 영입 가능한 후보들도 아니다. 데드라인은 8월이다. 현실적이면서 합리적인 결단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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