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이런 오류는 수없이 발생된다. 어떤 팀이 다른 팀에 비해 전력적으로 월등한 경우가 있고, 이에는 나름의 근거와 데이터가 있어서 전문가들은 이를 기초로 승부를 예측한다. 많은 경우 예측이 맞기도 하지만, 꽤 빈번하게 어긋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해설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얘기한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멕시코가 최강 '독일'을 압도하며 승리하였다."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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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본선의 단골 손님의 명과 암
멕시코는 월드컵에서 가장 빛나는 팀 중 하나는 아니다. 하지만, 멕시코는 월드컵 본선에 무려 16번이나 진출했다. 멕시코보다 많이 본선에 진출한 팀은 브라질(21회), 독일(19회), 이탈리아(18회), 아르헨티나(17회) 등 단 4팀밖에 없다. 스페인, 잉글랜드, 네덜란드 등 세계 최강의 축구 강국들도 멕시코의 기록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멕시코의 이런 빛나는 업적에 대해서 혹자는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멕시코가 월드컵 본선 진출국에 대한 지역 안배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라는 게 그 이유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멕시코는 북중미 대륙에 속해 있고,이곳에서 멕시코 축구는 수십 년간 절대 강자였다.
스포츠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축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후에도 북중미에서 멕시코의 입지는 약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가 과연 진정한 축구 강국인지에 대한 팬들의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한다. 본선 16회 진출이라는 빛나는 업적에도 불구하고 멕시코가 월드컵에서 올린 최고의 성적은 8강 진출 두 번뿐이다. 그 두 번의 8강 진출도 자신들이 개최국이었을 때였다. 8강은 월드컵 개최국 입장에서 봤을 때, 그다지 흡족한 성적은 분명 아니다. 특히나 멕시코시티는 원정팀들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홈팀에 유리한 환경이 조정되어 있는 곳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월드컵 본선에 10회 이상 진출한 나라는 모두 17개국인데, 이 중에서 4강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국가 또한 멕시코가 유일하다. 당장 멕시코가 속한 F조만 해도 그렇다. 독일은 열외로 하더라도 스웨덴과 대한민국은 본선 진출이나 객관적 전력에서, 모두 멕시코보다 한 수 아래이다. 하지만 적어도 월드컵 본선 최고 성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 두 팀이 멕시코보다 한수 위이다(스웨덴 준우승, 대한민국 4강).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한 멕시코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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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마술사
익히 알려진 것과 같이 멕시코는 1994 미국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6회 연속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하여 16강에 진출하였다. 1988 서울올림픽 부정선수 출전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1990 월드컵에 FIFA에서 참가 자체를 금지당했던 점과 1986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을 했던 점까지 고려하면 저 기록은 2회 정도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6회 연속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업적이다. 일단 6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도 거의 없거니와 연속으로 16강 진출을 한 팀은 더욱 찾기가 어렵다. 같은 기간 멕시코처럼 조별예선을 6회 연속으로 통과한 나라는 단 두 나라뿐이다. 바로 브라질과 독일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네덜란드 심지어 아르헨티나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이 정도면 가히 '16강 매직'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멕시코의 '16강 매직'은 딱 거기까지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멕시코의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은 8강 진출 2회이고, 지난 6번의 월드컵에서는 모두 16강 진출에 머물렀다.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 거는 멕시코 팬들 기대는 크다. 더 이상 16강으로는 만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16강도 나름 의미 있는 업적이고 우승 후보를 포함한 많은 강팀도 일단은 조별예선 통과를 1차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 성취에 대한 효용은 같은 수준이 반복될수록 감소되고 적응되게 마련이다. 좀 거칠게 표현하자면 마약 중독자들이 그 중독 수준이 커질수록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여하튼 멕시코는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데에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만은 분명하다.멕시코는 지난 6번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동안 8승 6무 4패를 기록했고 이를 승점으로 환산하면 평균 5점이다. 1승 2무 정도를 꾸준히 기록한 셈이다. 참고로 통계상 월드컵 조별예선을 통과하기 위한 최소 승점은 4점이고, 5점이면 90% 이상 통과한다.
멕시코의 16강 원동력은 예선 첫 경기 승리이다. 이번 대회 포함해 7번의 대회에서 멕시코의 예선 첫 경기 성적은 5승 1무 1패이다. 물론 독일 또한 첫 경기에 강했고 멕시코 이상이었다. 독일은 40년 만에 첫 경기에서 패한 것이고 지난 대회까지 7연승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독일을 멕시코가 꺾었다.
◆혼돈의 F조
멕시코는 어제 경기를 승리함으로써 이미 승점 3점을 확보하였다. 그런 점에서 멕시코의 조별예선 통과는 7부 능선을 통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그것도 세계 랭킹 1위이자, 전 대회 우승팀을 꺾었다는 점에서 같은 승점 3점이라도 의미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머지 경기에서 1무 정도만 거두어도 멕시코의 16강 전망은 다른 팀들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
반면, F조의 다른 팀들은 혼돈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1패를 안고 싸우는 독일은 물론,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대한민국이나 스웨덴에는 어느 경기하나 쉬어가거나, 버리는 경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매 경기 치열하게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팀이 모두 최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되면 역설적으로 정신력이 승패 결과를 좌우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잘 준비된 전술과 선수들의 기본 역량이 중요할 것이다.
독일전에서 멕시코가 무서워 보이는 이유는 전술이나 선수 개개인 기량 외에도 신구의 조화였다. 첫골을 넣은 22세의 신성 로사노나 간판스타 치차리토, '1979년생' 레전드 마르케스까지 멕시코는 '원팀'으로 잘짜여 있었다. 특히 마르케스 투입 이후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멕시코를 상대해야 할 대한민국과 스웨덴에는 부족한 부분이다. 두 팀이 멕시코를 상대함에 있어 좀 더 긴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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