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축구 선수가 받는 발롱도르를 5회씩 수상하며 '신(神)계'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선수들이었지만 모두 첫 경기에서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축구 신'들의 분위기는 천당과 지옥 이상으로 갈렸다.
결과는 같았다. 호날두가 이끄는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과 3대3으로 비겼고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는 D조 1차전에서 인구 35만명인 아이슬란드와 1대1로 승부를 내지 못했다. 두 국가 모두 '승점 1점'에 그쳤지만 경기 내용은 극명하게 갈렸다.
호날두는 자기 기량을 120% 이상 선보이며 차원이 다른 축구를 선보였다. 호날두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혼자서 3골을 터뜨리며 팀의 패배를 막아냈다. 전반 4분 만에 자신이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넣은 호날두는 전반 종료 직전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골키퍼의 실수를 유발하며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호날두 타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팀이 2대3으로 끌려가던 후반 43분 자신의 장기인 프리킥을 그대로 성공시키며 결국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화려한 세리머니를 세 차례나 선보인 호날두는 월드컵 사상 '최고령 해트트릭' 기록(33세131일)을 새로 썼다. 또 역대 처음으로 '8개 메이저 대회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호날두는 2004년 유럽선수권에서 2골을 터뜨린 이후 월드컵, 유로에 이어 이번 월드컵까지 8개 메이저 대회 연속 득점을 달리고 있다.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까지 합하면 무려 9개 메이저 대회 연속 득점이다.
반면 같은 날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D조 조별리그 첫 경기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 경기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축구 천재'로 불리며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던 메시가 무득점에 그쳤다. 특히 1대1로 팽팽하게 맞선 후반 19분 얻은 페널티킥 기회까지 아이슬란드 골키퍼 한네스 할도르손에게 막혔다. 호날두는 앞서 얻은 페널티킥 기회를 정확히 살리며 선제골을 얻어냈기에 비교가 됐다.
또 메시는 무려 11차례나 슈팅을 날렸다. 호날두보다 7개나 더 많았다. 하지만 골망을 흔든 적이 없었다. ESPN은 "1966년 월드컵 이후 11차례 이상 슈팅을 시도해 한 골도 넣지 못한 네 번째 선수가 됐다"고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메시는 "매우 고통스럽다. 내가 페널티킥에 성공했다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었다"면서 "우리가 승점 3점을 얻지 못한 건 내 책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경기 내용을 직접 비교하면 더욱더 차이가 벌어진다. 호날두가 이날 날린 슈팅은 단 4차례. 성공률이 75%에 달한다는 얘기다. 반면 메시는 11차례 슈팅에도 무득점. 호날두는 34회 패스를 시도했고 성공률 100%를 보였다. 하지만 메시는 65회 패스해 57차례만 성공해 88%에 그쳤다.
게다가 둘이 상대한 팀만 비교해도 호날두의 압승이다. 포르투갈은 2010년 월드컵 챔피언인 스페인을 상대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상대한 아이슬란드는 월드컵에 처음 출전했다. 게다가 프로축구 등록 선수는 단 120명뿐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 이날 아르헨티나에 단 1점 실점하고 '축구 신'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할도르손의 원래 직업은 '영화 감독'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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