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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움직이는 공 친` 미컬슨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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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파70·7448야드)에서 열린 US오픈 3라운드 13번홀(파4). 베테랑 왼손 골퍼 필 미컬슨(미국)은 네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다. 홀까지의 거리는 5.5m. 넣으면 보기, 실패해도 더블보기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의 이 홀 스코어는 6타를 잃는 섹스튜블보기였다. '신사' 이미지에 스스로 먹칠하는 기행이 문제였다.

첫 퍼트 후 공이 홀을 지나 계속 굴러가자 홀 반대쪽으로 가더니 멈추지 않은 공을 홀 방향으로 친 것이다. 종전에도 움직이는 공을 친 선수가 있었지만 모범적인 이미지의 미컬슨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모습을 본 메이저 챔피언 출신 골프 해설가 커티스 스트레인지는 "세계적인 선수가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은 생전 처음 본다"며 경악했다.

움직이는 공을 쳐 2벌타를 받은 미컬슨은 이후 두 차례 추가 퍼트 후에야 공을 홀에 넣었다. 그의 스코어 카드에는 '10타'가 적혔다. 미컬슨은 경기가 끝난 후 몰려든 취재진에게 '고의로' 움직이는 공을 쳤다고 시인했다. '선수는 경기 중 공의 움직임에 고의로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실격을 당할 수도 있었지만 존 보든해머 미국골프협회(USGA) 경기위원장이 실격을 당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해 4라운드를 뛸 수 있게 됐다. 48번째 생일날 그답지 않은 '기행'을 저지른 미컬슨은 이날 11타를 잃고 공동 64위(합계 17오버파 227타)로 추락했다.

강풍이 몰아친 이날 선두권은 혼전 그 자체였다.

일단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무려 7타를 잃고 가까스로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버디 1개, 보기 6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7오버파 77타를 친 존슨은 합계 3오버파 213타로 대니얼 버거, 토니 피나우,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등 3명과 함께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공유했다.

강풍 속에서도 버거와 피나우는 나란히 4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 우승을 넘보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 켑카는 2타를 잃고도 공동 선두에 올랐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단독 5위(4오버파 214타)를 달렸고, 헨리크 스텐손(스웨덴)도 단독 6위(5오버파 215타)에서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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