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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즈니노브고로드=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올린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초반 최대 화두는 ‘수비 축구’다.
‘슈팅 없이도 승리하는 법’을 보여준 이란과 ‘얼음성벽’을 구축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꽁꽁 묶은 아이슬란드가 그 중심에 있다.
이란은 지난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상대 수비수 아지즈 부핫두즈(장크트 파울리)의 헤딩 자책골 덕분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란은 이날 8개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전반전에 나온 것이었다. 후반전은 아예 노골적으로 골문을 지키는데 주력해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대 실수로 결승골을 얻어내면서 승점 3점을 따냈다. 월드컵 역사상 후반전에 슈팅을 1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승리한 최초의 팀이 됐다.
카를루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경기 후 “89분 동안 수비를 하더라도 그게 뭐가 잘못됐는가. 1분의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승리만을 생각하고 뛰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의 수비 축구도 돋보였다. 아이슬란드는 16일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D조 첫 경기에서 메시가 이끄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겼다.
첫 월드컵 출전인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4만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역대 월드컵 출전국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나라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축구 실력은 결코 작지 않았다. 유럽 조별예선 7승 1무 2패를 기록, 조 1위로 본선에 진출한 아이슬란드는 무조건 수비만 한게 아니다. ‘선 수비, 후 역습’이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아이슬란드는 점유율에선 22% 대 78%로 월등히 뒤졌고 슈팅숫자도 9-26으로 크게 밀렸다. 하지만 11명 전원이 밀집수비를 펼치다가도 기회가 나면 빠르게 밀고 올라갔다. 선제골 실점한 뒤 4분 만에 동점골을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메시의 페널티킥을 슈퍼세이브로 막아낸 영화감독 출신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란데르스)과 평소에 ‘소금공장 직원’으로 일하면서 이날 메시를 전담 마크한 비르키르 사이바르손(발루르)은 대회 초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란, 아이슬란드 외에도 비록 프랑스에 1-2로 패했지만 탄탄한 수비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호주와 후반 44분까지 우루과이의 우루과이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이집트 역시 수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줬다.
이들은 수비만 제대로 해도 우승후보를 이길 수 있고 승점을 따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강팀들과 경기를 앞둔 태극전사들도 큰 자극을 받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우리 대표팀도 ‘선 수비, 후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 소집 때부터 철저히 비공개 훈련을 유지하면서 역습 전술을 마련하고 있다.
이란과 아이슬란드의 경기는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전망이다. 대표팀 골키퍼 조현우(대구FC)는 “경기를 90분 하다 보면 수비하면서도 득점이 나올 수 있다”며 “어느 팀이든 상대하다 보면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늘 경쟁을 펼쳐왔던 이란이 첫 경기를 이겼다는 점도 우리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란이 월드컵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우리도 준비를 잘한 만큼 자신감이 있다. 꼭 스웨덴전에서 1승을 거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세트플레이의 중요성 역시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초반 8경기에서 나온 21골 가운데 7골이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타졌다. 특히 4경기는 세트피스로 결승골이 나왔고 우루과이-이집트전과 이란-모로코전은 유일한 골이 세트플레이였다.
정지된 상태에서 공을 차 득점을 노리는 세트플레이는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동안 철저한 보안 속에 다양한 세트플레이 전술을 준비해온 신태용 감독의 생각은 지금까지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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