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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단독] 선수단은 몰랐던 '골드 프로젝트' 예산…'연맹에 항의' 감독은 결국 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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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맞은 '한국근대5종'!…연맹은 '황당 행정'에 '비리 의혹'?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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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전웅태의 사상 첫 메달에 이은 파리 올림픽 성승민의 여자 선수 첫 메달! 57년 역사의 한국 근대5종은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물론 세계선수권과 월드컵에서도 전웅태를 비롯해 서창완, 성승민, 김선우 등이 번갈아 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이 감탄의 느낌표를 자아내는 반면, 연맹 행정은 의문의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겉으로 알려지지 않은 대표선수단과 연맹의 마찰, 대표 선수단을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의사 결정, 여기에 각종 비리 의혹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가고 있는 한국근대5종의 문제점과 황당한 사건들을 연속 보도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선수단도 모르는 '골드 프로젝트' 예산?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근대5종연맹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골드 프로젝트 특별 사업비를 편성했습니다. 당시 3억 원이 책정된 이 예산은 선수단과 연맹, 이사회, 경기력 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 등이 수차례 회의를 해가며 대표팀의 전력 강화에 보탬이 되도록 사용했고, 그 결과는 전웅태 선수의 사상 첫 메달로 이어졌습니다.

파리 올림픽 때는 달랐습니다. 최은종 대표팀 감독은 2023년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격려 행사에서 본인이 직접 대한근대5종연맹 회장에게 도쿄 올림픽 때처럼 골드 프로젝트 사업비를 책정해 달라고 부탁해 회장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연맹 사무처로부터 골드 프로젝트와 관련한 이야기를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물론 이사회와 경기력 향상 위원회까지 대부분이 몰랐던 이 사업비의 존재는 대표팀이 파리 올림픽을 향해 출국한 지난 7월 29일에야 알려졌습니다. 당시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연맹 임시 이사회에서 골드 프로젝트 예산 존재 여부에 의문을 가진 모 이사가 질의하자 그제서야 연맹 사무처에서 1억 5천만 원 특별 예산이 배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모 이사가 곧바로 "여기 있는 모두가 골드 프로젝트 예산을 모릅니다. 왜 그 예산을 연맹 사무처가 혼자 집행합니까? 그런 예산은 경향위에서 논의하고 또 대표팀 지도자들의 의견을 받아서 사업 계획서를 만들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지적하자, 연맹 사무처장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대표팀에서 요구하는 것 지금까지 다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연맹 사무처가 당당(?)하게 집행했다고 밝힌 골드 프로젝트 사업비 얘기는 이날 이사회 회의 속기록에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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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이사회 회의록 – 이사회 당시 모 이사의 질의로 처음 알려진 '골드 프로젝트 사업비' 얘기는 무슨 이유인지 빠졌습니다. 이때 파리 촌외 숙소 사용 이유에 대한 질의도 나왔는데, 연맹 사무처가 실수한 부분을 쏙 빼고 체육회 등에 핑계를 돌린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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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원치 않는 지도자 채용




2024년 2월 대한근대5종연맹은 갑자기 국가대표 (장애물 경기) 기술 트레이너를 채용했습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지도자가 모두 구성되어 있었던 대표팀이 '팀 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트레이너가 필요 없다고 밝혔지만, 연맹은 현 국가대표 코칭 스태프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채용을 진행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당시 연맹이 경향위 위원들에게 '새로운 트레이너 채용이 국가대표팀의 요청 사항'이라고 허위 보고해 채용 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연맹과 합이 맞는 한 개인 지도자의 실적을 올려 주기 위한 채용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갑자기 업그레이드 비용 지불한 속내는?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 4명 모두 메달 후보이던 근대5종 대표팀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선수들만큼은 파리행 출국 비행기의 비즈니스석 사용을 원했지만, 연맹은 규정에 따라 일반석으로 예매했습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개인 비용(1인당 2,818,500원)을 부담해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 이를 알게 된 최은종 대표팀 감독이 연맹 사무처에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에 개인 비용을 지출하지 않도록 가능하면 연맹에서 선수들에게 비용을 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연맹은 두 차례 전화 요청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단호하던 연맹의 입장이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하필이면, 올림픽 선수촌 입촌을 못하게 된 걸 알게 된 최 감독이 연맹 사무처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한 뒤, 그리고 연맹 이사회를 통해 골드 프로젝트 사업비의 존재를 모두가 알게 된 뒤인 8월 6일, 선수들은 개인이 지출했던 좌석 업그레이드 비용을 모두 돌려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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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로 업그레이드비를 입금한 선수들은 연맹의 잘못된 행정이 알려진 뒤(?) 갑자기 연맹이 태도를 바꿔 비용을 돌려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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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지도자와 마찰을 빚어 온 연맹




"대표팀이 요구하는 건 다 들어줬다"는 연맹의 말과 달리 연맹은 계속 대표팀과 엇박자를 냈었습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타종목 지도자들은 11월 월급을 받았지만, 근대5종연맹 지도자들은 (연맹이 체육회에 11월 지도자 월급을 신청하지 않아서) 받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월급이 집행될 줄 알고 있던 일부 근대5종 대표팀 지도자는 실업 급여 신청도 하지 못했고, 또 이렇게 지도자 공백이 생긴 10월과 11월 국가대표 전웅태, 김선우는 훈련 공백기를 맞으며 경기력 손실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사퇴 압박에 시달린 대표팀 감독…결국 지난 9월 사직서 제출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대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입장을 대변한 최은종 대표팀 감독은 종종 연맹과 마찰을 빚었고, 2023년 11월에는 연맹 A이사와 B 당시 경기력 향상 부위원장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은종 감독은 당시 연맹 사무처에 "적법한 절차와 심의를 거쳐 대표팀 감독에 선발됐는데, 억울한 압박과 협박을 받았다"며 조사를 요청했지만, 연맹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최 감독은 문체부 스포츠 윤리센터에 직접 진정서를 제출했고, 윤리센터는 9개월의 긴 조사 끝에 A이사는 '징계', B 전 경기력 향상 부위원장은 '증인은 있지만 협박 내용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며 기각 처분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은종 감독은 파리 올림픽이 끝난 뒤인 지난 9월 '연맹 일부 직원(임원)의 횡포와 갑질로 인하여 국가대표팀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사직서를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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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 사무처 감사 예정…제 식구 감싸는 감사는 아니길




대한근대5종연맹 사무처는 일련의 문제 제기와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고 밝혔습니다. 골드 프로젝트 예산은 국제 대회마다 영상-전력 분석팀을 보내고, 새로운 대표팀 트레이너를 위한 비용으로도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뽑은 대표팀 트레이너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는 다른 국가대표들을 케어하기 위해 꼭 채용해야 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진작 이를 오픈해서 대표 선수단, 이사회와 협의하고 투명하게 집행하지 않았을까요? 또, 올림픽 메달을 위해 잡힌 예산이라면 대표팀이 원치 않는 (그리고 파리 올림픽에는 포함도 안 된 장애물 종목) 지도자를 뽑는 데 쓰는 것보다는 대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항공권 좌석이나 현지에서 대표팀 인원이 모두 탈 수 있는 차량(운전 기사가 포함된) 렌트비 같은 곳에 우선 사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그리고 골드 프로젝트 예산이 나오지 않았다면 국제 대회에 영상-전력 분석팀은 보내지 않을 생각이셨나요?

제가 취재한 바로는 연맹 회장께서 연맹 사무처가 그동안 대표팀과 마찰을 빚어 온 일련의 과정과 비리 의혹 등을 최근 보고 받은 뒤 연맹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감사의 주체가 연맹 내부 또는 연맹과 긴밀한 단체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다룬 사례 이외에도 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밝혀 지길 바라는 비리 의혹, 또 연맹 사무처의 계속되는 말 바꾸기 사례를 다음 기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형열 기자 henry13@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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