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2018 러시아월드컵이 14일 개막했다. '유쾌한 반란'을 다짐했던 신태용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첫 날부터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동병상련의 처지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개막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0-5로 크게 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사우디전에서 한국-스웨덴전이 오버랩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러시아는 이날 헤딩 선제골로 포문을 연 뒤 추가 헤딩골, 2차례 필드골, 세트피스(프리킥) 1골로 사우디를 흠씬 두들겼다.
사우디는 잦은 수비 실책으로 자멸했다. 첫 번째 득점 장면은 명백한 전술+수비 문제였다. 먼 쪽 골문에 무려 2명의 러시아 선수가 돌아 들어갔지만 사우디는 1명의 수비만이 마크했다. 그 수비수마저도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2명의 선수가 자유로운 몸이 됐다. 앞쪽에 있던 가진스키가 가볍게 헤딩으로 골문을 열었다.
2번째 골 장면에선 무려 3명의 수비수가 1명을 막지 못해 실점을 내줬다. 역습 상황에서 체리세프가 빈 공간에 파고들며 볼을 잡았다. 처음 2명의 수비가 침착하지 못하게 몸을 날렸다가 가볍게 재껴졌다. 나머지 한명이 급히 달려왔지만 체시세프는 노마크 찬스에서 마음먹고 강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러시아는 홈팬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 사우디를 요리했다. 후반 추가 헤딩골로 3-0으로 앞서간 데 이어 경기 막판에는 그림 같은 아웃사이드 킥과 직접 프리킥으로 두 골을 추가하며 5-0 대승을 만들었다.
사우디는 열세에 몰리자 전술을 바꿔가며 반격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첫 실점 이후 라인을 올리며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으나 러시아의 단단한 두 줄 수비에 꽁꽁 묶여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자초했다. 어설픈 전술 운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이날 실점 장면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이 강팀을 상대할 때 드러낸 문제들이 고스란히 나타나있다. 한국은 F조 최약체다. 선수 개개인의 역량이 독일, 스웨덴, 멕시코 모두에게 뒤쳐지고, 신체 조건도 열세다. 여기에 전술까지도 불완전 하다면 스웨덴전은 제2의 러시아-사우디전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팀들은 이번 월드컵 최약체로 꼽힌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블리처 리포트'는 한국의 월드컵 파워랭킹을 31위로 잡으며 F조 최하위를 예상했다. 뒤에는 월드컵 첫 출전의 파나마밖에 없다. 아시아 팀들 대부분도 16강 탈락을 예상했다. 가장 높은 랭킹이 이란(26위)이었고, 그 뒤로 일본(28위), 사우디아라비아(29위), 호주(30위)가 뒤따랐다. 영국 유력 일간지 '미러'는 한국을 26위로 평가했다. 이란(27위), 일본(28위), 사우디아라비아(32위) 등 아시아팀에 역시 박했다.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한국을 21위로 평가했지만 16강 진출은 비관했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4-4-2의 경우 플랜A로 어느 정도 검증이 됐지만 스리백은 그렇지 않다. 신태용 감독 부임 후 스리백을 운용한 A매치 4경기에서 13실점으로 무너졌다. 스웨덴은 지역예선에서 네덜란드, 이탈리아를 꺾고 본선에 진출한 강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실험을 감행하며 전력 노출을 최소화했다. 이제 기댈 수 있는 건 신 감독의 '트릭론'에 근거한 필살카드 뿐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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