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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도하와 방콕` 병역 미필자들의 AG 되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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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박윤규 기자] 병역 특례라는 동기부여는 군 미필자들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야구 선수를 변하게 하는 힘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체육요원 병역 특례를 통한 군 면제 혜택은 이러한 힘 중 하나다. 병역법 제33조에 따르면, 올림픽에서 3위 이내(금·은·동메달), 아시안게임에서 1위(금메달)로 입상할 경우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례를 받은 이들은 4주 기초군사훈련을 포함해 2년 10개월 동안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 학교·기관 등 체육 특기 분야에서 의무적으로 종사함으로써 현역 입대를 대체할 수 있다. 신체 능력이 정점에 달한 20대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커리어에 쏟을 수 있다.

또 병역 특례는 FA(자유계약)와도 큰 관련이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실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선수보다 최대 2년이나 빨리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한 살이라도 젊을수록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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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 모습. 당시 미필자였던 나성범과 황재균이 승리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사진=MK스포츠 DB


그만큼 미필자들은 병역 특례가 걸린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처음 허용된 1998년 방콕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미필 선수들의 활약을 되짚어봤다.

◆ 1998 방콕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 전원이 미필자로 구성된 유일한 대회로, 현역 메이저리거인 박찬호(LA 다저스)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큰 관심을 받았다. 또 미래의 빅리거 서재응(인하대), 김병현(성균관대), 임창용(해태 타이거즈)이 마운드를 단단히 지켰고, 타선에서는 이병규(LG 트윈스), 박재홍(현대 유니콘스), 김동주(OB 베어스), 박한이(동국대) 등 향후 KBO의 레전드들이 4할 이상의 타율을 뽐냈다.

대표팀은 6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 전원이 병역 특례를 받는 데 성공했다. 가장 빛났던 선수는 역시 박찬호로, 13⅔이닝 2승 평균자책점 1.32를 기록하고 메이저리거의 힘을 보여줬다.

◆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대회에 앞서 2001 야구 월드컵에 미필자들을 대거 선발했다가 큰 낭패를 겪은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단 4명만을 뽑았다. 김상훈·김진우(이상 KIA 타이거즈), 조용준(현대 유니콘스), 정재복(인하대학교)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숫자는 적었지만 모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투수들은 나란히 1승씩을 기록했고, 유일한 타자 김상훈 역시 10타수 5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4년 전에 이어 6경기에서 모두 승리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2경기 8이닝 1승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한 정재복이 빛났다.

◆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6 WBC 4강에 고무된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다인 13명의 미필자를 발탁했다. 사실 미필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류현진(한화 이글스), 윤석민(KIA 타이거즈), 장원삼(현대 유니콘스) 등의 투수진에 강민호,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정근우(SK 와이번스), 이용규(KIA 타이거즈) 등 대표팀의 향후 10년을 책임지게 될 야수들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불공평한 선수선발과 경험 부족이 드러나면서 ‘도하 참사’로 불리는 비극을 겪었다. 대표팀은 졸전 끝에 대만은 물론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출전한 일본에게도 져 참가자들의 병역 혜택은 물거품이 됐다. 김재박 대표팀 감독은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1998년 대회에 이어 또 한 명의 현역 메이저리거가 실력을 입증했다. 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이었던 추신수는 14타수 8안타(3홈런) 3도루 타율 0.571 출루율 0.647 등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러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대회 이후 빅리그에 진출한 강정호(넥센 히어로즈) 역시 타율 0.615 3홈런으로 맹활약했다. 대표팀은 두 선수의 맹타에 힘입어 대만을 꺾고 대회 우승을 차지, 11명의 미필자가 모두 병역 혜택을 받았다.

◆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가장 최근에 열린 2014년 대회에서는 박병호, 안지만 등 군필자들의 힘이 빛났다. 하지만 황재균(롯데 자이언츠)과 나성범(NC 다이노스)이 마지막 두 경기에서 큰 일을 해냈다.

4강 중국전에서 황재균은 4타수 4안타 1볼넷으로 다섯 차례나 출루했고, 나성범은 결승타를 터트려 승리에 공헌했다. 결승 대만전에서는 나성범이 땅볼로 역전 타점을 올린 데 이어 황재균이 쐐기타를 기록, 한국의 대회 연패에 수훈갑이 됐다. 7회까지 2-3으로 끌려가던 대표팀은 두 미필 선수의 결정적인 타점에 힘입어 귀중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외 낮은 타율에 가려져 있지만 오재원(두산 베어스) 역시 볼넷 6개를 얻고 홈런을 터트리는 등 OPS(출루율+장타율) 0.861을 기록하며 공헌했다. mksport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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