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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무법지대 KBO리그, 지금이 산업화 향한 대수술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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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BO 정운찬 총재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 3. 22.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자생력 강화, 흑자전환 등의 목소리가 겉치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무법지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도높은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이면계약이 난립하는 리그의 미래는 ‘공멸’ 밖에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9일 “법률·금융·수사·회계 등 전문가들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히어로즈 구단 과거 트레이드를 면밀히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KBO는 “해당 구단 및 관련 담당자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하고 필요하다면 당사자에게 금융거래 명세 등의 자료도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포함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금융거래 내역까지 조사에 포함하는 것은 1982년 KBO 설립 후 처음있는 일이다.

발단은 다음과 같다. 지난 28일 한 매체가 히어로즈 구단의 주주총회 자료를 확보해 뒷돈 트레이드 정황을 포착하면서 현금 트레이드 의혹은 진실이 됐다. 곧바로 히어로즈와 NC, 그리고 KT는 2017년 두 차례 트레이드가 이면계약에 의한 뒷돈 트레이드였음을 자수했고 30일에는 각 구단 단장들이 대전 모처에서 급히 회동해 지난 10년 동안 거짓발표됐던 히어로즈 구단과 트레이드 내역을 종합해 KBO에 보고했다. 그러면서 총액 189억5000만원, 이중 미신고된 금액만 131억5000만에 달하는 한국야구 역사상 최악의 뒷돈 게이트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의혹이 진실이 됐다. 금액만 확인이 불가능했을 뿐 야구계에선 히어로즈가 트레이드 과정에서 현금을 요구한다는 얘기는 꾸준히 돌았다. 과거 A구단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한 관계자는 “히어로즈가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현금을 제안하곤 했다. 사실 모든 구단이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하려면 현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거래가 성립되면 관행처런 현금이 포함되지 않은 선수 양도양수계약서를 작성해 KBO에 보냈다”고 이면계약 트레이드를 진행했던 과거를 돌아봤다. 이어 그는 “당시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강화가 너무 절실했다. 물론 거짓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우리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문제는 이러한 이면계약이 트레이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인선수와 FA(프리에이전트) 계약 등 거액이 오가는 대형거래가 나올 때마다 모든 구단이 거짓발표를 일삼았다. 대형 FA 계약 발표 내역 중 절반 이상이 축소 발표이며 외국인선수 계약 발표 내역 중 대부분은 옵션이 포함되지 않은 반쪽짜리다. KBO리그는 자잘한 옵션까지 세세히 발표하는 메이저리그(ML)가 아닌 축소 발표가 관행인 일본프로야구의 악습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3년 전 한 구단 고위관계자는 “일본에선 외국인선수 계약발표시 옵션을 포함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구단은 일본 구단과 외국인선수 영입경쟁을 벌인다. 발표도 같은 방식으로 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는 황당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승리지상주의와 지나친 여론의식이 이렇게 거짓이 만연한 풍토를 만들었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한 선수가 계약서에 사인한 후 구단에 축소발표를 요청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도 돈다. “영입경쟁이든 경기든 승리하면 모든 게 용서받는다”는 의식이 리그 전체에 팽배하며 몇몇 선수는 거액을 원하면서도 자신의 연봉이 정확하게 공개되는 것은 싫어하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일삼는다. 구단에 야구를 잘 하고 잘 아는 사람은 많지만 투명경영과 흑자전환을 추구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모기업부터 야구단을 비즈니스로 생각하기에 앞서 승리와 우승을 요구한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페어플레이는 그라운드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정직하고 투명한 운영이 바탕이 된 승리가 진짜 승리다. 정운찬 KBO 총재가 내세운 산업화의 중심에 투명경영이 자리해야 한다. 정 총재는 지난 1월 인터뷰에서 “KBO는 메리트 규약을 어기면 해당 구단에 10억원의 벌금과 2차 1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하는 제재를 한다. 그렇지만 이른바 ‘다운 계약’에 대한 제재는 없다. 구단과 협의해 계약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축소한 경우에는 메리트 제도 위반에 상응하는 제재까지도 고려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구단에 원천징수 영수증도 요구하겠다. 투명하지 않을 것이라면 규정 규약이 뭐하러 있겠나”고 개혁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지금이 개혁 의지를 실천할 적기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금까지 자행된 무수히 많은 이면 계약서를 돌아보고 경우에 따라선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 관련 규약과 처벌을 강화해 두 개의 계약서가 난림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최근 구단들이 외치는 자생력 강화나 KBO가 꿈꾸는 리그 전체 흑자전환을 이루기 위해선 고통을 감내하고 새살을 돋아나게 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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