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나머지 구단은 떳떳합니까.'
히어로즈의 부적절한 트레이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NC, KT와 2건의 선수 트레이드를 하면서 뒷돈 6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후 또 다른 트레이드 이면 계약설이 터져 나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2008년 KBO리그에 뛰어든 히어로즈는 지난해까지 모두 22건의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당시 KBO는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이장석 전 대표에게 현대 유니콘스 인수 후 재창단 운영권을 넘겼지만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히어로즈는 창단 3개월 만에 메인스폰서인 우리담배의 스폰서 철회로 돈줄이 막혔고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선수 장사에 나섰다.
2009년 25억원을 받고 LG에 이택근을 넘긴 것을 시작으로 장원삼(20억원·삼성), 마일영(3억원·한화) 등을 현금 트레이드했다. 앞서 2008년에는 장원삼을 삼성에 내주며 현금 30억원을 받으려 했지만 KBO의 승인 거부로 한 차례 무산되는 난리통을 겪기도 했다.
이후 현금 트레이드는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선수 장사라는 비난 탓이다. 그러나 지난해 2건의 트레이드에 뒷돈 거래 사실이 발각됐고 최근에는 박병호(2011년)와 황재균(2010년)의 트레이드에도 뒷돈 거래 정황이 드러났다. 황재균의 몸값으로 이장석 전 대표는 30억원을 요구했고 롯데는 협상 끝에 ‘20억원’을 건넸다는 전 관계자의 기억도 있었다.
넥센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야구계는 그 후의 트레이드에서도 상당수 현금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도 선수 장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한 야구 인사는 “얼마 전까지 포수 박동원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놨다. 가격은 대략 20억원 선이었다”며 “지방 몇몇 구단이 트레이드에 적극적이었지만 메인스폰서인 넥센타이어에서 트레이드를 하면 지원을 끊겠다고 해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생이 어려운 한국 프로스포츠계에서 이장석 전 대표는 개인물욕을 챙긴 장사꾼임이 드러났다. 그런데 책임은 그 장사꾼에 놀아난 나머지 구단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공범들이다. 넥센의 선수 팔기가 한창인 2010년 고위관계자들 사이에 ‘얼마를 주고 누구를 샀다’는 등의 대화가 일상이었다는 게 전직 운영팀장의 귀띔이다. 현금 트레이드가 규약위반은 아니지만 곧이곧대로 밝히면 팬들의 비난이 부담스럽고, 그렇다 보니 이면 계약이 성행한 셈이다.
히어로즈는 10년간 9개 구단 전체와 트레이드를 실시했다. 몇몇 구단은 현금 트레이드를 부정하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을 온연히 믿는 야구인은 없다. 결국 자금난을 겪었던 히어로즈가 내놓은 선수매물을 나머지 구단이 서로 뜯어먹기에 동참한 모양새다. 다른 구단은 비난 폭탄의 중심에 있는 히어로즈 뒤에 숨어 있다. NC와 KT도 “넥센이 원했다”고 했다. 히어로즈가 가입금(120억) 납부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다른 구단은 선수 사냥에 대한 기대감으로 침을 꿀꺽 삼켰을지 모를 일이다.
KBO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트레이드 사례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천명했고 그 전에 자진신고를 받겠다고 했다. 그런데 따져보면 KBO도 그간 뒷돈 의혹이 있지만 묵인해온 셈이다. 일이 터지니 ‘제3자’로서의 업무를 시작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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