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특정팀 상대 열세는 LG를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여기에 과정 또한 줄곧 1점차 아슬아슬한 패배였다. 힘은 힘대로 쓰고 결과는 얻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순위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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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선수단이 20일 잠실 한화전서 승리했다. 선수들은 구본무 회장 추모의 의미인 근조리본을 달고 경기를 뛰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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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시점이 분명한데 게다가 20일은 또 다른 비보가 겹쳤다. LG 그룹 회장이자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트윈스 구단주를 역임한 구본무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것. LG 트윈스 창단 당시부터 두 차례 우승, 그리고 이후에도 각별히 팀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던 구 회장의 별세 소식은 가뜩이나 침체된 LG에 슬픔까지 안겼다.
LG는 추모의 의미로 이날 경기 당초 계획된 스페셜 서울 유니폼을 입지 않았고 검정색 리본을 기존 유니폼에 달고 출전했다. 앰프 사용도 중지하는 등 응원단 전체를 운영하지 않았다. 상대팀인 한화도 함께했다. 그래서 이날 잠실구장은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 경기가 치러졌다. 관중들의 환호성만 간간히 들렸다. 분위기 탓인지 이 또한 평소보다는 약하게 들렸다.
LG로서는 무엇보다 결과가 중요했다. 구단의 승리여부가 끼치는 영향은 없으나 생전 팀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던 구 회장이기에 선수단으로서 승리는 가장 값진 추모가 될 수 있었다. 이를 인식했을까. LG 선수단은 자발적으로 전체가 양말을 올려신은 소위 농군패션으로 경기에 나서며 추모의 의미 및 한화전 필승을 위한 단결의 의지를 다졌다. LG는 1회말부터 찬스를 만들었고 3점을 뽑는데 기세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상대투수 휠러의 난조가 이유였지만 이날 LG 선수들의 집중력은 여느 때보다는 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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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LG 팬들 역시 응원단 없이 차분한 응원을 펼쳤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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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2회초 곧장 실점하지만 이내 2회말 다시 1점 더 달아나며 균형을 유지했다. 선발투수 차우찬은 지난 15알 포항 삼성전 7이닝 2실점 호투의 기세를 이어가며 6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줬다.
타선은 초반에 비해 중반 다소 소강상태가 길었지만 7회말 쐐기를 박는 김현수-채은성의 백투백 홈런이 터져 나왔다. 찬스 때 쳐줬고 막아야할 때 흔들리지 않고 수비했다.
이날 LG는 최종 6-2 승리하며 연패 흐름을 끊어냈다. 무엇보다 올 시즌 고생하고 있는 한화 상대로 첫 승을 따냈다. 선수들로서는 한화전 무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고 자신감을 찾을 계기가 됐다.
잠실구장은 경기 내내 차분하고 경건했다. 일반 팬들에게는 다른 세계이야기 같은 재벌회장의 별세소식이지만 야구와 LG 트윈스라는 공통분모 속 추모의 의미가 더해졌다. 선수들은 귀중한 승리를 따내며 다른 방식으로 추모를 전했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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