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9회말 등판해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졌는데 시작부터 야수 정성훈의 실책으로 고비를 맞았다. 상대 희생번트에다가 볼넷허용 등 상황이 이어졌고 주자가 모두 스코어링 포지션에 위치하는 위기에도 직면했다. 임창용은 고정 마무리투수도 아닐뿐더러 최근 구위가 압도적이라 하기도 어려웠다. 여러모로 KIA 입장에서는 불안한 리드였고 경기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점점 올라가는 상황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임창용(사진)이 전날 경기서 의미 있는 세이브를 따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하지만 임창용은 막아냈다. 긴 호흡 속 상대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KIA는 승리했다. 임창용은 올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25구를 던진 임창용. 안타 한 방에 경기가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중계화면 속 그의 모습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임에도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복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창용의 세이브는 단순 1세이브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최근 혼란했던 팀 불펜진에 좋은 메시지로 자리 잡기 충분했다. 마무리투수 김세현이 극도의 부진 속 2군으로 내려간 상황,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KIA 불펜은 팀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김윤동 등 젊은 불펜진의 성장세도 더딘 편이다. 최고령 임창용이 투혼의 25구로 승리를 지켜냈다는 점은 전체 불펜에 좋은 자극이자 교훈이 될 수 있다.
임창용으로서는 고정 마무리투수 김세현이 없는 상황서, 결국 경험과 기술을 고려할 때 9회를 책임질 가장 확실한 옵션임도 증명해냈다. KIA가 시즌 초부터 구상했던 바는 아니겠지만 팀이 탄력 받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서 성적상승에는 베테랑 자원들의 분투가 필요하다. 당장 13일 경기만해도 멀티홈런을 날린 최형우, 역전의 시발점 안타를 때린 이범호에 마무리 임창용까지. 베테랑들이 집중해 승리를 합작했다. 불펜 한정 임창용의 존재감은 더욱 더 강해졌다.
14일 현재 KIA는 19승20패 승률 0.487로 롯데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 중이다. 최악의 상황보다는 한결 나아진 게 분명하다. 부상자원들도 돌아오고 부진한 주축선수들도 점점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디펜딩챔피언으로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2군에 있는 김세현 등 불펜은 다소 정리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만 41살 임창용이 버텨내줘야 KIA가 더 반등할 수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임창용의 25구 1세이브가 남긴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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