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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보살팬들 “이게 진짜 행복 야구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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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3위 상승세 프로야구 한화

올 시즌 홈경기 4차례 입장권 매진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울려 퍼져

“선수들 표정이 정말 밝아 보이지 않아유? 이게 진짜 ‘행복 야구’지유. 하하하.”

중앙일보

올해 한화 이글스 돌풍의 주역인 한화 광팬들이 13일 오후 대전 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관람하며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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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은 야구팬 김종훈(57·대전 동구)씨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다. ‘만년 하위권’으로 불렸던 한화 이글스는 이날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4-0으로 이겼다. 22승 17패를 기록한 한화는 3위를 유지했다.

한화가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면서 한화 팬들도 신이 났다. 한화의 홈 경기 입장권이 매진된 것도 벌써 4차례다. 아직 시즌 중반이긴 하지만 프로야구 10개 팀 중 가장 많은 매진 기록이다. 13일 경기를 앞두고는 경기 시작 50분 전인 오후 1시 10분에 1만3000좌석의 표가 모두 팔렸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장 앞을 서성이며 휴대전화로 스코어를 확인하기도 했다. 전날 열린 경기 입장권도 매진됐지만, 비가 내린 탓에 취소됐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 지인들의 푸념을 듣기 바빴다. 그런데 올해는 너도나도 ‘야구 볼 맛이 난다’며 표를 구해달라고 난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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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탈을 쓰고 한화를 응원하는 가수 김경록. [사진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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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전구장에는 틈날 때마다 가수 윤항기의 노래 ‘나는 행복합니다’를 개사한 ‘행복 송’이 울려 퍼졌다.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아도 관중들은 자발적으로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를 목청껏 외쳤다. ‘행복 송’은 한화의 대표 응원가다. 한화 팬들은 최근 10년 동안 5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음에도 “이기면 좋고, 져도 괜찮아유”라며 이 노래를 열심히 불렀다. 프로야구 팬들은 승패에 상관없이 묵묵히 응원하는 한화 팬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 ‘보살팬’이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그런 ‘보살팬’들이 올해는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나갈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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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화이글스 돌풍의 주역인 국내외 한화 광팬들이 11일 오후 대전 야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경기를 관람하며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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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올 시즌 36경기 만에 20승을 돌파했다. 최근 10년 동안 가장 빠른 페이스다. 한화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07년 당시의 페이스와 비슷하다. 맥없이 무너지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22승 중 12승이 역전승일 정도로 뒷심이 강해졌다. 한화 팬 김종훈 씨는 “지난 몇 년 동안은 선수들이 실수할까 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시유. 억지로 야구한다는 느낌을 받았쥬. 그런데 올해는 선수들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여유. 이렇게 즐겁게 야구를 하다 보면 계속 상승세를 타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겠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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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그동안 ‘명장들의 무덤’ 이었다.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 ‘야왕’ 한대화 감독,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 ‘야신’ 김성근 감독도 한화를 구원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김성근 감독이 부임했을 때는 팬들의 기대감이 유독 컸다. 통산 1386승과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을 이룬 김 감독이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끌어줄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독한 훈련과 투수들의 혹사 논란이 빚어지면서 팬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한화 팬 루크 호글랜드(33)는 “한화 특유의 행복야구가 좋아서 팬이 됐는데, 선수들이 강도높은 훈련 탓인지 조급해 보이고 표정이 좋지 않아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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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한화 이글스 전이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한화 한용덕 감독이 넥센 전 4:1로 승리하자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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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부임한 한용덕(53) 한화 감독은 선수단의 경직된 분위기를 싹 걷어냈다. 우선 부상이 없는 ‘건강 야구’를 선포하고, 불펜 투수들의 잦은 등판을 막았다. 그 결과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1이닝만 등판시키는 마무리 투수 정우람은 14세이브를 올리면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불펜 필승조로 나오는 서균(6홀드, 평균자책점 0.00), 안영명(5홀드, 평균자책점 1.90)도 맹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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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어린이팬이 쓴 일기. [사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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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감독의 ‘믿음 야구’도 빛을 발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27·미국), 제이슨 휠러(28·미국)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음에도 한 감독은 믿고 맡겼다. 그 결과 샘슨은 13일 NC전에서 7과3분의1이닝 동안 4피안타·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3패)째를 올렸다. 한용덕 감독은 “샘슨이 등판하는 날은 불안하지 않다. 이제 진짜 우리 팀의 에이스가 됐다”고 칭찬했다. 휠러도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한 끝에 2승(3패)째를 따내며 살아나고 있다.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타율 0.345, 12홈런, 33타점으로 활약하면서 올 시즌 최고의 외인 타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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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한화이글스 돌풍의 주인공인 제라드 호잉(29)이 11일 오후 대전 야구장을 찾은 한화 광팬 가족인 딸부자집 장경헌씨(38)와 부인 최옥수씨(38), 큰딸 서연(12), 둘째딸 세연(11), 셋째딸 아연양(7)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 이글스의 전신인 지난 1986년 창단된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광팬인 장 씨와 그 가족은 이날 경기를 관람하기위해 경기도 안성 집에서 일찌감치 출발, 4시에 야구장에 도착했다. 장 씨 부인 최옥수씨는 현재 임신중으로 오는 9월 출산예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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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한화이글스 돌풍의 주인공인 제라드 호잉(29)의 부인과 딸이 11일 오후 대전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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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감독의 인기도 날로 치솟고 있다. 유니폼에 한용덕 감독의 이름을 달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부쩍 늘었다. 오창석 한화 홍보과장은 “한용덕 감독님 유니폼은 지난 4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점점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전=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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