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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공분 이후가 중요한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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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김재욱에 화내는 건 '우리집'도 해결 못해서"

연합뉴스

[MBC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시청자의 분노는 예상보다 컸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조율을 잘 못 하는 모습을 보여준 개그맨 김재욱은 그야말로 '융단폭격'을 맞았고, 개인 SNS까지 닫아야 했다.

MBC TV가 파일럿으로 선보인 교양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4%(닐슨코리아)를 넘어서고, 방송 후에는 관련 기사 댓글이 폭주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화면에 비친 세 가족 중 가장 공분의 타깃이 된 건 김재욱-박세미 부부다.

박세미는 둘째 임신 8개월에도 시댁에 가면 음식 하랴, 애 보랴 좀처럼 자리에 앉지를 못한다. 남편은 친정에 가면 '백년손님'이지만 자신은 시댁에서 '백년일꾼'이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버거운데 시어머니는 벌써 셋째를 권유하고, 시아버지는 자연분만을 언급한다. 남편은 "그럼 1시간만 진통해보고…"라며 '절충안'이랍시고 멋대로 말한다. 결국 박세미는 "병원에서 제 건강을 생각해 제왕절개 수술을 권하는데, 아버님은 손주만 생각하시느냐"고 눈물을 터뜨린다.

이밖에 워킹맘 김단빈을 끊임없이 닦달하는 시어머니 역시 시청자들의 가슴을 갑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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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류의 사연은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판' 코너나, 다음 '미즈넷'에서 흔히 본다. 박세미 사연을 두 곳 중 하나에 올린다면 댓글도 별로 안 달린 채 묻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시 화면이 주는 생생함과 몰입감은 확실히 다른가 보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이 프로그램은 잘 만든 막장드라마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교양 프로그램이다. 공분을 모아 가정 내 비정상적인 권력구조를 수면 위로 꺼내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나아간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정성후 프로듀서는 25일 통화에서 "소위 '맘카페' 같은 곳을 보면 시댁 욕으로 밤을 새우는 비생산적인 활동들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면도 있겠지만, 결국 이 사회가 여성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정 PD는 그러면서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고부갈등'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 문제의 본질은 불평등한 가족문화와 성차별인 만큼, 단순히 시어머니와 며느리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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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세 며느리 이야기를 보여주며 공감을 얻고, 전문가 분석을 통해 자신의 집안도 성찰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제작진 생각이다. 김재욱과 김재욱의 부모 역시 일상을 화면에 담는 데 동의했다는 제작진 이야기로 미뤄 짐작해보면 평소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지금쯤은 '가족회의'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정 PD는 "시청자들이 김재욱 씨네 가족을 욕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집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기로 한 가운데 시청자들도 한숨 돌리고, 조금 거리감을 두고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길 것이다. '성찰'의 기회를 얻는 것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미"라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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