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프로야구 시장 규모는 확대된 게 사실이다. 프로야구는 2년 연속 관중 8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산업화의 토대는 형성됐다. 이제 각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 없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탄탄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통합마케팅을 제시한 것이다.
정 커미셔너 체제 아래에서 KBO는 KBO.com의 론칭을 통합마케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는 미국 MLB.com을 떠올리게 한다. MLB.com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통합 홈페이지이면서 전 구단의 경기장 티켓, 의류와 모자 등 구단 상품 판매 등이 포함된 통합마케팅의 장이다. 2000년 MLB.com 출범 뒤 메이저리그 매출은 급격하게 상승했다. 2017년 메이저리그 총 매출은 100억달러(약 10조원)를 넘어섰다. 15년 연속 최고매출액을 갈아 치우고 있다. 불과 2년 전인 2015년과 비교하면 5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정운찬 KBO커미셔너는 자신의 임기 중 가장 큰 과제로 통합마케팅을 제시했다. 사진=MK스포츠 DB |
KBO는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에 앞서 2020년까지 KBO.com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청사진은 이제 막 만들어가는 단계다. 장윤호 KBO사무총장은 “이제 막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KBO의 통합마케팅 논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KBO는 통합마케팅을 검토했지만, 구단들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선 적이 있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빅마켓’으로 불리는 인기구단들과 비인기구단의 매출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빅마켓 구단들이 통합마케팅에 강하게 반대해왔다. 정운찬 커미셔너의 청사진을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빅마켓 구단들은 자체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적지 않은 투자도 했는데 KBO가 마케팅 전반에 대해 주도권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A구단 관계자는 “적자 구조인 현 상황에서 그나마 구단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굿즈 판매와 티켓 판매까지 KBO에서 통합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수익 분배 구조도 투명할지 의문이 든다”며 “사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수익의 큰 파이가 중계권이고, 전국방송을 제외하고는 각 구단이 권리를 행사한다. 하지만 한국은 KBO의 자회사인 KBOP가 중계권을 통합관리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모기업과의 관계다. 구체적으로 티켓 판매와 관련해 독자 티켓시스템을 갖춘 몇몇 구단은 야구단 티켓 정보를 모그룹 전체 고객 정보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계열사 중 유통·금융 쪽 정보와 결합하는 방식이다. B구단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통합마케팅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통합부터 하자는 너무 성급한 일처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빅마켓 구단을 향해 구단 이기주의라고 비판하는 입장도 있다. 스몰마켓 구단 입장에서는 통합마케팅을 통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스몰마켓에 속하는 C구단 관계자는 "수도권과 인기 구단과 비수도권·비인기구단과의 덩어리에서 나오는 격차를 단시일안에 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면 스몰마켓 구단은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특정 구단의 매출 증대가 아닌, 10개 구단의 고른 수익이 늘어나야 리그가 발전할 수 있다. 구단이 살려고 하면, 결국 죽는 구단도 생긴다. 리그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단 KBO는 통합마케팅에 대한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장윤호 사무총장은 “지난 이사회에서 각 구단에 통합마케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방향성 설정은 각 구단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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