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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김광현 “가을에도 던져야 하니 지금은 5이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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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10이닝 무실점 SK 김광현

동아일보

긴 기다림 끝에 3월 25일 롯데와의 경기가 열린 문학구장 마운드에서 시즌 첫 등판을 해 5이닝 무실점 위력투를 선보인 김광현. 1년의 재활을 함께한 긴 머리도 이날 승리 후 바로 잘랐다. 김광현은 애초 ‘첫 등판 후 머리를 자르겠다’고 다짐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을 통해 소아암 환자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성공적 복귀는 물론이고 뜻깊은 기부까지 했다. 인천=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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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에이스 김광현(30·사진)은 약속을 지켰다. 왼쪽 팔뚝의 힘줄을 잘라 왼쪽 팔꿈치에 붙이는 수술을 받은 게 지난해 1월. 1년 뒤 돌아오겠다는 말대로 그는 이번 시즌 개막 후 2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2승을 올려 부활을 알렸다.

첫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 선발승을 따냈고 두 번째 등판에서도 5이닝 ‘0’의 행진을 이어갔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프로에서 200경기를 넘게 뛴 베테랑에게도 팬들의 함성 속에 등판하는 건 여전히 긴장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신인 때처럼 떨렸다”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김광현은 ‘에이스의 귀환’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다. 우려했던 통증도 없어 보는 이들의 기대감은 더욱 치솟았다.

김광현 스스로도 설레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3일 문학구장에서 만난 그는 세간의 기대에 동요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지금도 ‘더 잘해야지’ 생각이 드는 건 맞아요. 흥분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래서 더 자제하려고 해요. 이제 고작 두 경기 치렀잖아요. 이러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점수를 많이 주는 날도 올 수 있는 거고….”

김광현은 “점수를 주자는 마음으로 공격적으로 승부하자고 마음먹었더니 오히려 점수를 더 안 주게 되더라”고 했다. 그에게 ‘언행 불일치’의 이유를 추궁했다.

“저도 의아해요(웃음). 물론 점수는 주겠죠, 언젠가는.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러다 점수를 줬을 때 많이 흔들릴 수 있으니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해요. 100이닝을 던지면서 어떻게 1점도 안 주겠어요. 그래도 줄 점수는 준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하니 계속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SK의 에이스는 과연 SK 홈런공장의 공장장으로 군림 중인 최정을 상대해도 계속 태연할 수 있을까. 김광현은 별 고민 없이 “포볼 주면 되죠 뭐”라며 웃었다.

“옛날엔 ‘어떻게 하면 주자를 안 내보내고 안 맞을까’, ‘못하면 어떻게 하나’, 이런 고민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웃음) 편하게 줄 건 주고 내가 가지고 올 것만 가져오면 된다, 이렇게 변한 것 같아요.”

김광현의 해탈(?)은 그가 일찌감치 ‘에이스’라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낸 수련의 산물이다.

“어렸을 땐 에이스라는 그 말이 엄청 부담이 됐어요. 한 경기 못 던지면 ‘에이스가 왜 그래’ 이런 반응도 있었고 그게 20대 초중반에는 부담도, 상처도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음이 편해야 결과도 더 좋고요.”

김광현 투구의 트레이드마크인 ‘다이내믹한 폼’ 역시 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예전에 ‘패기 있다, 다이내믹하다’고 평가를 들을 때는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다이내믹함이 저만의 장점이기도 한데 굳이 그걸 버리고 꾸준함을 선택해야 하나 싶어요. 좋은 건 가지고 가면서 더 안정화시키자 했는데 이제 꽤 많이 안정된 것 같아요. 스스로 느끼는 컨디션 기복도 많이 줄었고요.”

복귀 후 시즌 첫 승을 올린 그에게 손혁 SK 투수코치는 볼펜으로 한가득 메시지를 적은 승리구를 건넸다. 이 공은 김광현이 갖고 있는 유일한 ‘기념구’다. 그에게는 프로 첫 승 공도, 통산 100승 공도 없다.

“팬들께 다 드렸어요. 저는 마지막에 송진우 선배 기록(최다승 210승) 깰 때 그것만 가지고 있을게요. 목표예요 목표.” 김광현은 현재 통산 110승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세 번째 등판 때까지 80구를 넘기지 않기로 한 김광현은 이후 등판부터는 투구수를 100구까지 늘릴 예정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도 9이닝까지 던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그는 “플레이오프 때 던져야 하니까 지금 5이닝만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겠다”며 가을야구까지 강속구를 던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인천=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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