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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투톱+MF 리차드’ 동계훈련서 준비한 울산 '플랜B 작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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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황일수의 투톱 배치와 리차드의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 토요다와 주니오가 뜻밖의 부진을 겪고, 정재용이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시도된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의 전술 변화는, 골 가뭄에 시달리던 울산현대의 반전 카드가 됐다.

울산은 4일 밤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치른 2018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F조 5차전에서 멜버른빅토리에 6-2 대승을 거뒀다. KEB하나은행 K리그1 개막 후 3경기 연속 무득점, 4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에 마수걸이 골을 넣었지만 1-2 패배로 4연패를 당한 울산은 ACL에서 기운을 차렸다.

무력한 경기가 이어진 K리그와 달리 오르샤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ACL 팀들을 상대로 득점해온 울산은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고, 무엇보다 공격수 주니오의 마수걸이 골이 나오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 투톱+리차드 전진, 김도훈이 미리 준비한 플랜B

경기가 잘 안풀리면, 여론도, 언론도, 감독도 전술 변화를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전 경기는 축구 게임과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이 포메이션과 포지션 변화를 이해하고, 숙지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타이트한 실전 경기를 치르고, 다양한 전술을 경험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김도훈 감독은 포르투갈에서 진행한 프리시즌 훈련 기간 투톱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다. 포르투갈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치른 격렬한 연습 경기에서 일정 말미에 황일수를 투톱 중 한 명으로 올리고, 리차드를 수비형 미드필더와 풀백으로 배치하는 실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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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의 풀백 배치는 라이트백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 임시방편으로 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기용은 전술적 의도를 담은 실험이었다. 리차드가 본래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오래 활약했고, 단순히 로테이션 자원 이상의 의미로 영입한 센터백 임종은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리차드는 센터백으로 뛸 때도 적극적으로 중원 지역으로 전진해 빌드업하고, 공격 지역까지 올라가 득점 과정에 기여하는 공격적인 수비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선 뒤에는 한결 안정적으로 빌드업했고, 중앙 지역에서 수비 커버가 좋았다.

올 시즌 울산이 겪은 문제는 이종호가 부상인 채 시작했고, 새로 영입한 원톱의 결정력이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있지만, 포백 앞을 보호할 묵직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것도 한 몫했다. 레프트백과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을 기대한 박주호는 중원에서 원톱 뒤의 자리에 배치되어 전방위 활약을 했으나 두 센터백 앞을 견고하게 지켜주는 역할은 아니었다.

◆ 6골 만든 울산의 투톱 혹은 포톱 방정식

울산은 정재용을 센터백 앞에 두고 빌드업 미드필더로 쓰고 있다. 정재용은 패스 연결을 잘 하고, 슈팅력을 갖췄으며 수비도 부지런히 가담하지만 경기 전체를 조율하고 터프하게 부딪혀주기엔 경험과 세기에 아쉬움이 있다. 리차드는 박주호와 두 명의 미드필더로 나서 이 문제를 상쇄했다.

박주호는 세 명으로 중앙 미드필더가 구성될 때 보다 중원에서 영향력이 적어 보였으나, 투톱과 두 명의 측면 공격수를 배치한 포메이션 안에서는 그만큼 무리해서 영향력을 확장할 필요가 없었다.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해주고 안정적으로 경기가 흐르도록 하는 역할로 충분했다.

오르샤의 돌파와 슈팅, 솔로 플레이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오르샤는 K리그 안에서 패턴이 어느 정도 읽혔지만 ACL 무대에서는 여전히 상대가 완벽하게 대비하기 어려운 선수다. 투톱으로 나섰지만 황일수는 중앙과 측면을 부지런히 오갔다. 빠르고 역동적인 황일수가 멜버른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고, 오른쪽 공격수 김승준도 마찬가지로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플레이로 콤비네이션을 이뤘다.

측면, 2선, 전방에서 공간이 생기자 주니오가 자신의 결정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전반 12분 선제골은 멜버른의 실수이기도 했지만, 황일수의 전방 압박이 주효했다. 원톱이 배치됐을 때 보다 전방 압박 범위를 넓힌 투톱의 효과이기도 했다. 토요다-주니오 투톱이 아니라 빠르고 활동적인 황일수 투톱이라 효과가 배가됐다.

황일수는 전반 20분 측면으로 벌려 날카로운 크로스를 배급해 임종은의 추가골도 도왔다. 앞서 황일수가 압박한 전방 볼 배급의 기점에 리차드의 전환 패스가 있었는데, 두 번째 골 과정에는 황일수의 크로스를 유도한 전진 패스를 리차드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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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8분 오르샤가 터트린 세 번째 득점은 역습 상황에 김승준이 왼쪽 전방, 주니오가 오른쪽 전방에서 달려들면서 멜버른 수비를 벌리고, 오르샤가 중앙 공간으로 치고 올라오며 기회가 생겼다. 후반 10분 김승준이 넣은 네 번째 골도 리차드가 연결 고리였는데, 주니오가 배후로 빠져서 연계하고 김승준과 오르샤가 투톱 영역으로 좁혀 올라가 득점 과정에 기여했다.

후반 22분 주니오가 이명재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할 때도 부근에 김승준과 황일수가 멜버른 수비를 분산시켰다. 오르샤의 울산 여섯 번째 골은 개인 기술을 통한 골이었지만 멜버른과 경기에서 울산이 다득점에 성공한 배경에는 충분한 전방 공격 숫자 지원이 있었다.

김도훈 감독은 “좋은 공격수가 네 명있으면 다 뛰게 해야한다”며 사실상 포톱에 가까운 투톱 전형을 고민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단단한 중앙 미드필더가 필요한 데 성에 차지 못한 게 투톱을 꺼내지 못한 이유였다. 리차드가 멜버른과 경기에서 이 부분을 잘 채워주면서 투톱이 성공적으로 가동됐다.

동계 훈련에 준비한 플랜B의 가능성을 확인한 울산. 주니오-황일수 투톱과 리차드 미드필더 전진 배치가 K리그에서도 통할지 궁금하다. 울산은 8일 강원, 11일 대구, 14일 서울과 차례로 경기한다. ACL 최종전 결과와 관계 없이 16강을 확정한 울산은 4월을 한층 여유있게 보내며 실험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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