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해 144경기 중 80승을 거뒀다. 8월 이후 무서운 기세로 승수를 쌓았으나 초반 기세는 더 놀라웠다. 개막 9경기에서 7승(2패)을 쓸어 담았다. 1년 전과는 180도 다른 롯데의 행보다.
개막 7연패도 손에 꼽힌다. 1986년 청보, 2013년 NC와 더불어 공동 5위 기록이다. 롯데는 2003년 개막 12연패의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15년 만에 최악의 출발이다. 롯데의 개막 최다 연패 기록은 2013년 한화에 의해 깨졌다. 한화는 14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고개 숙인 롯데 자이언츠의 조원우 감독. 사진=김재현 기자 |
연패는 누구나 한다. 예외는 없다. 2016년 단일 시즌 최다 승(93)을 올린 두산은 물론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도 연패의 늪에 빠졌다. 시기도 가리지 않는다. 언제든지 연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얼마나 짧게 끝내느냐만 다를 뿐이다.
때문에 개막 연패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A감독은 “시즌 전반, 후반 등 언제든지 연패의 타격은 비슷하다. 다 힘들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막바지 순위 싸움이 한창일 때 연패의 충격이 더 크다. 만회할 기회도 없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3일 현재 승패 마진 -7이다. 시즌은 길다. 135경기가 남았다. 패배보다 승리를 8경기 이상 하면 플러스가 된다. 1점차로 지든, 20점차로 지든 같은 1패다. 하지만 패배가 쌓이면 상처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다.
호구로 낙인이 찍히면 위험해진다. 2015년 KT(3승 22패), 2016년 한화(6승 17패), 2017년 삼성(4승 2무 20패)은 4월까지 성적이 참담했다. 3팀의 최종 승패 마진은 각각 -39(KT), -9(한화), -29(삼성)이었다. 한화를 제외하고 결국 좁히지 못했다.
때문에 개막 연패가 길어지면 힘들어진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 피 말렸던 순간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개막 연패를 깨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B감독은 “정말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 도저히 답이 안 보인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평정심도 유지하기 어렵다. 뭘 해도 안 되니 정말 미치겠더라”라고 말했다. C선수도 “그 고충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연패 중 못하고 싶은 선수가 어디 있나. 어디 도망가 숨고 싶었다”라고 잊고 싶던 옛 기억을 떠올렸다.
패배가 일상이 된다. D프런트는 “개막 연패가 길어지면 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매번 지니까 야구를 보고 싶지 않더라”라고 했다.
패배의식에 젖기 마련이다. 가라앉은 분위기도 선수단 공기도 차갑다. E선수는 “힘이 쭉 빠진다. 연패가 길어지니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뒤지고 있으면 ‘오늘도 힘들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무기력 때문에)일찍 포기한 적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개막 연패는 심리적으로 더욱 선수들을 쫓게 만든다. 다른 팀은 하나둘씩 앞으로 치고 나가는 반면 출발선에 멈춰있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야구계는 “1,2명의 미친 선수가 있으면 연패에 빠질 리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1,2명의 미친 선수가 없어 연패의 늪에 빠진다.
기본적으로 개막 연패에 빠지는 이유는 ‘못해서’다. 그 중에서도 타격 부진이 주된 배경이다. 치지 못하면 못 이긴다. 그 명제는 유효하다.
개막 7연패 이상 팀의 최종 성적 표. 롯데는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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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도 개막 7연패에 빠졌을 때 팀 타율이 최하위였다. 0.196으로 유일하게 1할대였다. 당시 기준 9위 삼성(0.252)과도 5푼 이상 차이가 났다. 잔루는 43개로 10팀 중 가장 적었다. 출루조차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롯데의 득점권 타율은 0.190으로 안 좋았다.
잘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고르게 터진다. 좋을 때만 연쇄 작용하지 않는다. 전염이 된 것처럼 전반적으로 타격 부진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중심타자의 부진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 롯데의 7연패 기간, 이대호(0.214)를 비롯해 민병헌(0.259), 손아섭(0.231), 번즈(0.208), 전준우(0.167), 채태인(0.143) 등은 모두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교체로 더 많이 뛴 이병규가 유일한 3할타자(0.333)였다. 조원우 롯데 감독이 “해줘야 할 선수가 해줘야 한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막 연패가 길어질수록 투-타의 엇박자가 심해진다. 한 쪽에 이상이 생기면 다른 한 쪽은 부담이 더 생기기 마련이다. 롯데는 개막 7연패 중 역전패가 3번이었다. 마운드가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역전패의 충격은 상당히 크다. 악순환이다. 롯데는 3일 대전 한화전에서 홈런 1개 포함 15안타로 11득점을 올렸지만 17실점을 했다.
개막 연패 후 반등하기가 쉽지 않다. 역대 개막 7연패 이상 기록한 팀 중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사례가 없다. 3번이 최하위였다. 가장 좋았던 성적도 밑에서 3번째(2013년 NC·9팀 중 7위)였다. 만약 롯데가 뒷심을 내 가을야구를 한다면, 공식을 깬 사상 최초의 팀이 된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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