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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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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난민공포' 부채질…이슈 묻힌 헝가리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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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없는 도시 찾은 총리 "게토 안되려면 여당 찍어라"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내달 8일 총선을 치르는 헝가리에서 우파 여당 피데스와 정부가 '난민공포'를 조장하면서 정책 대결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달 초 헝가리 제2의 공업도시 미슈콜츠를 찾은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게토나 출입금지 구역이 되지 않으려면 여당을 찍어야 한다"며 "민족 정부가 들어서지 않으면 조지 소로스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이민자의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에서 북동쪽으로 150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미슈콜츠는 2015년 유럽 난민 사태가 벌어졌을 때 난민들의 주 이동경로였던 발칸 루트와 먼 곳이다.

가디언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은 미슈콜츠에 살면서 직접 난민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구 16만 명의 이 도시에서는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여당의 선거 캠페인만 벌어지고 있다.

총리 사위와 정부 관료들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나 열악한 의료 복지, 저임금 등 현실적인 이슈들은 난민 문제만 부각하는 여당의 선거 전략에 묻혔다.

정부 고위 관료들과 여당 의원들은 매일 소셜미디어에 난민 문제를 거론하는 동영상을 올리며 민심을 흔들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야당을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소로스의 애완견이라고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오르반 총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이달 15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혁명기념일 집회에 모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르반 총리를 비판하는 측은 여당이 수많은 부패 스캔들을 덮기 위한 장치로 난민 문제를 끊임없이 거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미슈콜츠는 내부에서 주민들이 빠져나가는 게 더 큰 문제다.

제2의 공업도시이지만 10년동안 2만여명이 수도 부다페스트나 유럽연합(EU) 다른 나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최근 몇 년 오르반 총리의 측근들이 주요 일간지와 라디오 방송국을 장악하면서 오르반 총리가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어젠다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영 방송이나 친정부 매체의 뉴스에 대응해 소식지를 발행하는 운동을 벌이는 코르넬 클로프슈타인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헝가리인들은 이민자, 노골적인 외국인혐오와 관련해 조작된 뉴스를 매일 강제로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정책 선거 분위기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여전히 여당 피데스가 35∼40%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어 오르반 총리의 3연임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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