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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한국도, 폴란드도 재미 못 본 스리백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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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한국과 폴란드 모두 경기를 앞두고 스리백을 실험하겠다고 했다. 이 목적을 두고 한국-폴란드의 경기를 평가하자면 양 팀 모두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신태용 한국 대표 팀 감독은 북아일랜드전에도 노출된 수비 문제를, 더 강한 화력을 갖춘 폴란드를 맞아 ‘포메이션 변화’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공언대로 김민재-장현수-홍정호의 스리백이 가동됐다.

폴란드는 4-4-1-1 포메이션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예선 내내 수비력을 지적 받았고, 지난해 11월 A매치 친선경기부터 3월 A매치까지 4경기 연속 스리백을 실험했다. 4경기 모두 스리백 구성이 달랐던 점은 폴란드가 철저히 수비 실험에 임하고 있다는 증거다.

폴란드는 아직 이상적인 조합도 찾지 못했고, 조직력과 구조도 갖추지 못했다. 라이트백 피슈체크를 오른쪽 센터백으로 배치해 포백과 스리백 전환의 유연성을 두는 것 외에 최근 4번의 실험에서 찾은 실마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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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백 실험으로 무뎌진 폴란드 공격, 포백 전환 후 ‘무득점 탈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유럽 예선에서 무려 16골을 몰아친 득점왕이었다. 스리백 전환 이후 침묵했다. 한국과 경기 전까지 스리백으로 치른 3경기에서 폴란드는 무득점이었다. 한국전에도 레반도프스키는 롱볼 위주로 넘겨 받는 공을 처리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폴란드가 스리백을 시험하는 이유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H조 1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벨기에 또는 잉글랜드, 8강에 오를 경우 독일을 만난다. 유로2016 대회 당시 포르투갈의 실리 축구에 막혀 8강에서 탈락한 폴란드는 그들 역시 실리적으로 이기기 위해 스리백을 두고 윙백과 윙어로 측면 공격에 집중, 중앙 수비를 두텁게 하는 축구를 연습하고 있다.

한국과 경기에 폴란드는 그로시츠키-레반도프스키-지엘린스키를 스리톱으로 두고 몽친스키와 로만추크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뒀다. 좌우 윙백 리부스와 엥제이치크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했지만 세 명의 수비수는 뒤에 머물렀다.

몽친스키는 볼 배급력이 좋은 빌드업 미드필더지만,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로만추크는 공격 과정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그로시츠키와 리부스, 지엘린스키와 엥제이치크 모두 레반도프스키를 향한 크로스나 직선적 패스만 공급하면서 2선의 창조성이 부족했다 레반도프스키가 가진 9번 공격수로서 다양한 재능을 활용하지 못했다.

한국이 손흥민을 원톱으로 두고 5-4-1 대형으로 수비에 집중하자 폴란드의 스리백은 더더욱 잉여 자원이 됐다. 답답하고 단조롭던 폴란드 공격은 전반 25분께 오른쪽 윙백 엥제이치크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올라가고, 지엘린스키가 레반도스프키의 뒤로 이동, 피슈체크가 라이트백 자리를 점유하는 4-4-1-1 형태를 갖추면서 살아났다.

포메이션 변환 이후 공격 흐름이 좋아졌고. 전반 32분 레반도프스키의 헤더로 선제골이 나왔다. 몽친스키의 전진 패스, 리부스의 후진 패스에 이어 그로시츠키가 왼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감아올린 크로스가 정확하게 배달됐다. 라인 사이를 이동하는 중앙 지역 패스가 한국의 두 줄 수비를 흔들어놨다.

폴란드는 선제골을 얻은 뒤 다시 스리백으로 돌아갔다. 대형 유지와 전술 숙지, 선수 점검 등을 목적으로 경기적 활기와 별개의 담금질을 이어간 것이다. 스리백의 폴란드는 공격 활기가 부족했다.

◆ 리드 잡고 실험한 폴란드…후반전에 개선된 한국, 낙관은 이르다

폴란드는 높은 볼 점유율에 비해 압도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으나 한국 수비의 틈을 만들고, 제한된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결정력을 갖고 있었다. 전반 45분 롱볼을 통해 전진한 뒤 몽친스키의 스루패스로 그로시츠키가 1대1 기회를 맞아 추가골을 넣었다. 패턴 플레이에 완벽히 당했다. 이 장면 역시 측면 공격수가 2선 지역으로 좁혀 들어오며 중앙 지역의 숫자를 채워 만들 수 있었다.

후반전에 폴란드는 레반도프스키를 빼고 테오도르치크를 투입했는데 순발력이 부족했고, 키핑력과 슈팅력도 훨씬 떨어졌다. 한국 수비가 제어하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 폴란드는 후반전에 선수 구성만 바꿔서 스리백 실험을 계속했다. 이미 두 골을 내준데다, 폴란드가 느슨해졌고, 레반도프스키라는 위협이 사라지자 한국의 자신감이 올라 몇 차례 좋은 공격 장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후반전 경기력은 폴란드의 상황과 흐름 측면을 살피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0-2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2-2를 만들어낸 집념과 집중력, 이를 통한 사기 회복은 긍정적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번 경기에 드러난 문제는 플랜B로 삼은 스리백 전술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한국은 독일을 상대할 3차전이나 스웨덴, 멕시코를 상대로도 확실히 지켜야 하는 상황을 맞았을 때를 대비해 5-4-1 대형으로 물러서서 지키다 역습하는 경기 형태를 시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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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태용호의 5백 수비, 37분 만에 폐기한 이유

새로 시도한 5-4-1 대형은 문제점만 드러냈다. 첫 번째로 전방압박의 실종이다. 폴란드가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힌 것과 대조적으로, 손흥민 원톱에 이재성이나 기성용이 번갈아 전진하며 전방 수비를 도운 한국의 1차 압박은 효과가 없었다.

폴란드는 쉽게 전진했다. 애초에 수비 라인을 낮게 잡아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만 배치한 폴란드가 무리 없이 중앙 지역에서 경기할 수 있었다. 본래 플랜A대로 투톱을 기용해 라인을 높여 경기했다면 폴란드의 간격을 벌리고, 레반도프스키의 영향력을 떨어트려 경기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뒤로 물러서면서 폴란드가 초반부터 리듬을 살리게 방치했고, 세 명의 수비를 배치했지만 처음 호흡을 맞추는 조합인 탓인지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홍정호는 기본적인 볼 처리 실수를 범했고, 레반도프스키에게 실점한 장면에는 세 명의 수비수가 레반도프스키 사정권에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4-4-2 대형으로 수비할 때의 촘촘하던 간격과 일사분란하던 라인 콘트롤도 이뤄지지 않았다. 스리백 중 한 명,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전진하고 물러설 때 흐트러진 대형 사이로 상대 패스가 전개됐고, 이재성과 권창훈이 측면과 중앙으로 이동하는 과정의 커버 플레이도 매끄럽지 못했다. 확실한 준비 시간 없이 써본 5-4-1 대형은 불안만 남겼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전반 37분 만에 김민재를 빼고 황희찬을 투입하며 4-4-2 대형으로 돌아갔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김민재가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선제골을 내주고 경기 흐름을 내준 상황이었다. 물론, 결과 보다 과정이 중요한 일정이다. 그래서 신 감독도 무리해서 실험을 계속하기 보다 수습에 나섰다. 황희찬이 들어와 전방에서 적극적으로 뛰면서 전방 압박이 회복됐고, 후반 초반에는 활동량을 높여 주도권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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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의 독일로 여겼는데, 스웨덴전 모의고사가 됐다

한국과 폴란드의 실력 차이는 분명했다. 슈팅 기회가 왔을 때 폴란드는 확실하고 단호했다. 슈팅 자체도 정확했지만 수비 빈틈을 만드는 패스 패턴과 동선이 매끄러웠다. 반면 한국은 기술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미비했다. 폴란드 원정에서 한국은 결정력의 차이와 더불어 조직력의 차이도 절감했다. 유로2016 대회부터 월드컵 유럽 예선까지 치밀하게 이어진 폴란드와 달리 한국은 감독도 바뀌고, 선수 교체도 많았다.

폴란드는 후반전에 6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썼다. 이 과정에 아르카디우스 밀리크를 투입한 것은 3연속 A매치 무승을 끝내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폴란드는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모두 득점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나폴리 미드필더 표트르 지엘린스키가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폴란드도 한국도 100%의 경기력은 아니었다. 전력상 폴란드는 한국 보다 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H조에서 일본을 제치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한국은 가상의 독일로 여기고 경기했지만, 스웨덴과 경기에서 비슷한 양상의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살만한 경기를 했다. 힘과 높이, 우직한 측면 활용과 배후 침투 패스 등 폴란드는 스웨덴이 한국을 상대로 펼칠 수 있는 공격 패턴을 통해 득점했다.

물론, 한국도 3월 유럽 원정에서 얻은 소득이 없지 않다. 박주호가 풀백과 미드필더로 모두 안정적이었고, 기성용과 손흥민, 권창훈, 황희찬 등 유럽파가 가진 장점이 통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몇몇 장면에서 확인했다.

하지만 동아시안컵과 1월 터키 전훈에서 기대를 모은 김신욱 활용법은 원점에서 고민하게 됐다. 무엇보다 포백이든 스리백이든 확신을 갖지 못한 수비라인, 센터백을 보호하는 데 능숙하지 않은 미드필드 라인의 숙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월드컵에서 승점을 얻기 어렵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유럽에서는 확실한 골게터로 기능하는 손흥민의 2선 이동과 체력 저하, 집중견제에 대해, 개인도 노력해야 하지만 구조적으로도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숙제가 명확하다는 점은 다행이다. 5월 최종 엔트리 확정과 4번의 평가전 안에 숙제를 모두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의 잠재력과 허점은 3월 A매치를 통해 상대국에 드러났고, 그들 역시 자신들의 문제를 보완하는 동시에 한국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한 연구를 시작할 것이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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