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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김광현, 승리 뒤 긴머리 싹둑 소아암 환자 위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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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 복귀전서 5이닝 무실점 6K 위력투

팔꿈치 수술 마운드 떠난지 533일

152㎞ 강속구·날카로운 슬라이더

살아난 에이스 투구 5이닝 무실점

“힘든 재활 이겨내… 신인 때 느낌”
한국일보

SK 김광현이 25일 인천 롯데전에 선발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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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투구 폼은 여전했다. 오른발을 높게 든 뒤 왼손을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리꽂을 때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가 휘날렸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533일 만에 돌아온 선수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강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날아들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았다.

SK의 에이스 김광현(30)이 화려하게 돌아왔다. 김광현은 25일 인천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주고 6개의 삼진을 곁들여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 최고 시속은 152㎞, 평균 148㎞를 찍었고 삼진 6개는 모두 주무기 슬라이더로 잡았다. 직구를 35개로 가장 많이 던졌고 슬라이더(26개), 커브(9개), 투심(8개)을 섞었다.

이날 예정 투구 수는 80개였는데, 78개로 5이닝을 채워 기분 좋게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김광현은 2016년 9월 30일 잠실 LG전 이후 541일 만에 승리 투수의 기쁨을 맛봤다. 선발승은 그 해 9월 4일 창원 LG전 이후 567일 만이다. 팀 타선도 에이스의 복귀를 시원한 대포로 반겼다. 1회말부터 터진 정진기의 리드오프 홈런을 시작으로 7회 나주환의 솔로포, 한동민의 2점포가 터져 5-0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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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이 투구에 앞서 긴 머리를 쓸어올리며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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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8일 이후 처음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은 자신을 기다려준 2만2,765명의 팬들에게 투구 전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1루 홈 팬들에게 먼저 했고, 3루 원정 팬들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첫 투구부터 시속 150㎞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꽂아 전성기 시절의 김광현을 떠올리게 했다.

에이스의 귀환에 인천 팬들은 열광했다. 경기 후 김광현의 이름을 목청 높여 외치며 응원단상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고, 김광현은 팬들과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나눴다. 1년 넘게 힘겹고 지루한 재활 과정을 곁에서 지켜 본 아내 이상희씨는 1루 더그아웃 옆에서 자랑스러운 남편을 응원했다. ‘여보 첫 승 축하해요’ 문구를 담은 꽃다발을 준비한 이상희씨는 “재활하는 동안 자신이 제일 힘들었을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히고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정말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다. 김광현은 “신인 때 마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며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포수 미트만 보고 던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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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기관 소아암 환자를 위해 머리를 길렀던 김광현이 25일 533일만의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인천 송도의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다. 자른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에 쓰인다. SK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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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기간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해 길렀던 머리는 “첫 등판을 마치고 자르겠다”는 약속대로 이날 경기 후 바로 인천 송도의 한 미용실에 가서 싹둑 잘랐다. 자른 머리카락은 소아함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에 쓰인다. 김광현은 “막상 머리를 자르고 나니 시원섭섭하다. 많은 분들께 기부를 하는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한 헤어스타일도 맘에 들고 머리를 짧게 자른 만큼 마음도 새롭게 해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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