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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시속 200km 정현, 황제에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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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BNP파리바 오픈 테니스

약점 평가받던 서브 업그레이드

2전 전패 베르디흐에 2대0 설욕

쿠에바스 넘으면 페더러 만날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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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끝내고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중계 카메라 렌즈에 사인하는 정현(22·한국체대·사진)의 등 뒤로 방탄소년단의 노래 ‘마이크 드롭’이 흘러나왔다. 마이크 드롭은 랩 배틀 등에서 이긴 사람이 승리를 자축하는 제스처. 대회 운영진은 스타 반열에 오른 정현을 위해 K팝 음악을 선곡하는 ‘센스’를 선보였다.

세계 테니스의 따끈따끈한 스타 정현이 메이저대회 4강 신화가 행운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세계랭킹 26위 정현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파리바 오픈(총상금 약 797만2,000달러) 단식 32강에서 토마시 베르디흐(33·체코)를 2대0(6대4 6대4)으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했다. 베르디흐는 투어 대회 통산 13회 우승을 자랑하며 지난 2015년에는 세계 4위까지 올랐던 ‘빅 네임’이다. 현재 랭킹은 15위. 정현은 이날 전까지 베르디흐와 두 번 만나 모두 0대2로 졌으나 이번에는 2대0 승리로 되갚았다.

1월 시즌 첫 메이저 호주 오픈에서 4강까지 오르며 신드롬을 일으킨 정현은 이번 승리로 아시아 선수 톱랭커 자리를 예약했다. BNP파리바 오픈은 4대 메이저 바로 아래 등급인 마스터스1000 시리즈 대회. ‘제5의 메이저’로도 불린다. 세계랭킹 상위 32명에게 시드를 부여하고 1회전 부전승 특권을 주는데 정현도 첫판을 부전승으로 통과하며 달라진 위상을 확인했다. 이날 승리로 랭킹 포인트 90점을 확보한 정현은 다음주 세계랭킹에서 24위에 오르게 됐다. 한국 선수 역대 최고 랭킹을 다시 경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아시아 최고인 2014 US 오픈 준우승자 니시코리 게이(25위·일본)도 앞지른다. 컨디션 난조로 이번 대회를 거른 니시코리는 다음주 30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현이 마스터스1000시리즈 16강에 오른 것은 지난해 8월 로저스컵에 이어 두 번째다.

정현은 베르디흐를 맞아 한결 날카로워진 서브를 잇따라 꽂았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0㎞를 훌쩍 넘었고 첫 서브 평균 속도도 199.5㎞로 베르디흐(188.2㎞)를 앞섰다. 서브 에이스 또한 7개로 베르디흐의 12개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1세트를 3대1로 앞서다 연속 3게임을 내주며 흔들린 정현은 그러나 게임 스코어 3대4의 0대40까지 몰리고도 기어이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냈다. 이어 6대4로 첫 세트를 따냈고 2세트 1대1에서 상대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하는 등 쾌조의 컨디션을 뽐냈다. 한층 더 자신감 넘치는 리턴과 포핸드를 선보인 정현은 상금 약 9,400만원을 확보했다.

16강 상대는 파블로 쿠에바스(34위·우루과이)다. 2016년 세계 19위까지 올랐던 선수로 정현과 쿠에바스는 처음 만난다. 쿠에바스마저 넘으면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와 리턴매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페더러가 16강에서 세계 100위 제러미 샤르디(프랑스)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정현은 1월 호주 오픈 4강에서 페더러와 처음 싸웠는데 2세트 도중 발바닥 물집이 심해져 기권하고 말았다. 정현은 “페더러를 다시 만나면 기권패는 없을 것이다. 더 멋진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해왔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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