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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오벤저스 연전연승…`컬링 신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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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불과 한 달 전 전 국민을 열광 속으로 몰아넣었던 '컬링 열풍'이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강팀을 연달아 제압하며 연승 행진을 펼치는 모습이 흡사 재방송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다른 것은 열심히 얼음판을 문지르라는 "영미야~"라는 외침이 없고 선수들이 휠체어를 타고 경기한다는 점뿐이다.

모두 성(姓)이 다른 다섯 명의 태극 전사가 뭉친 '오벤저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12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컬링 예선 4차전에서 '패럴림픽 4연패'를 노리는 캐나다마저 7대5로 격파하며 쾌조의 4연승을 달렸다.

스킵(주장) 서순석(47), 리드 방민자(56), 서드 정승원(60), 포스 차재관(46)이 나선 한국은 예선 첫 경기에서 미국을 제압한 뒤 '패럴림픽 중립 선수단(NPA·러시아)'과 슬로바키아를 꺾고 최강 캐나다까지 넘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파죽의 4연승. 한국의 1차 목표는 11차례 예선 경기에서 7승 이상을 거둬 4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것이다. 목표의 절반 이상을 이룬 상태에서 한국은 남은 7차례의 예선 경기에서 3승 이상만 거두면 일단 메달을 향한 첫 무대를 밟게 된다.

한국이 이날 상대한 캐나다는 '무적'으로 평가받는 팀이다. 캐나다는 휠체어컬링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6 토리노패럴림픽 이후 세 번의 패럴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쓴 강팀이다. 당연히 세계랭킹도 1위다. 물론 평창에서도 '올림픽 4연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화끈한 응원을 받은 한국의 기세를 넘기에는 부족했다.

한국은 시작부터 불이 붙었다. 1엔드에서 캐나다가 실수를 범하며 무려 3점을 뽑아낸 것. 이어 3엔드 때 1점을 내줬지만 이어진 4엔드에서 다시 1점을 추가하며 3점 차 리드를 이어갔다. 5엔드에서 캐나다가 특유의 정교한 플레이로 2점을 뽑아내 4대3으로 추격을 펼치는 듯했지만 한국은 6엔드에서 또다시 3점을 기록하며 7대3으로 달아났다. 사실상 승리의 9부 능선을 넘은 것. 이후 7엔드 때 2점을 허용했지만 8엔드에 추가 실점하지 않으면서 7대5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은 서로 '파이팅'을 우리말로 바꾼 "아리아리"를 외치며 '원팀'의 진면목을 보였다. 하지만 사실 '오벤저스'는 서로 성만 다른 것이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인 '팀킴'이 10년 이상 호흡을 맞춘 하나의 팀이었다면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평창패럴림픽을 앞두고 구성됐다.

어떻게 뽑혔을까. 무조건 '실력'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먼저 선수 8명을 뽑은 뒤 최종 평가를 통해 5명을 추렸다.

당연히 지금의 '원팀'이 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서로 쟁쟁한 실력을 보이는 데다 공격·수비적인 전술 성향이 각자 달랐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성향을 선호하는 스킵 서순석은 전략·전술 면에서 다른 멤버들과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서순석은 "초반에 너무 힘들었다. 8명이 경쟁할 때 힘들었다. 패럴림픽 대표 선수가 확정되고 나서야 서로 마음을 터놓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이들을 뭉친 힘은 바로 '평창 금메달'이었다. 서순석은 "각자 주장보다는 팀을 위해 하나가 되기로 약속했다. 빠르게 한 팀이 될 수 있었던 힘"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서로 지역이 다른 이들은 '언어 장벽'도 넘어야 했다. 서로의 지방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것. 서순석은 "통역해주는 분들이 계신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묘하게도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됐고 컬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는 것이다. 방민자는 25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고, 서순석은 22세였던 1993년 뺑소니 사고로 척수 장애를 입었다. 또 이동하는 추락사고, 맏형 정승원과 차재관은 산업재해를 입었다.

이들이 세상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한 것은 빙판과 작은 스톤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 '연승'을 이룰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국민의 힘찬 응원이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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