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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POP초점]"故 조민기 사망 쇼크"…그럼에도 '미투'는 계속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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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김지우, 이규형, 신소율, 최희서 인스타그램


[헤럴드POP=안태현 기자] 배우 故 조민기의 죽음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건국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조민기의 발인이 진행됐다. 앞서 故 조민기는 지난 9일 오후 4시 5분경 서울 광진구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 씨를 발견한 그의 부인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발견 당시부터 이미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민기에게 타살 혐의점 등이 없고, 고인이 숨진 창고에서 A4용지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된 점을 토대로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월 20일부터. 故 조민기는 모교이자 조교수로 부임 중이던 청주대학교에서 학생들에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 네티즌이 그의 이름 초성을 거론하며 해당 내용을 폭로한 것. 이에 故 조민기는 해당 주장에 대해 “명백한 루머”라고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이후 청주대학교 측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故 조민기가 성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아 학교 측에서 해당 문제를 조사했고, 지난해 12월 양성평등위원회에서 해당 사건의 사실여부를 조사했다고 알리며 사건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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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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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까지만 해도 故 조민기는 JTBC ‘뉴스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한 애들이 있더라”며 “노래방이 끝난 다음에 ‘얘들아 수고했다’고 안아줬다. 나는 격려였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폭로는 계속됐다. 故 조민기에 대한 청주대학교의 징계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학생들 사이에서 故 조민기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었다는 실체까지 폭로됐다. 폭로들이 거세지자 결국 사건이 시작되고 7일이 지난 지난달 27일, 故 조민기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폭로는 그치지 않았다.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으며, 충북지방경찰청은 그를 형사입건했다. 경찰은 당시 8명의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피해 확인에 주력하겠다고 밝히며 故 조민기를 12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3일 앞둔 지난 9일 故 조민기는 향년 54세의 나이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에 일부에서는 故 조민기의 죽음이 미투 운동 탓이라고 주장하며 미투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너무 과한 비판과 비난이 한 인물에게 집중 포화되며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논지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정적 여론 탓에 미투 운동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겨우 힘을 얻은 피해자들을 향한 비판들이 이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 시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故 조민기의 죽음과 미투 운동은 별도로 놓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故 조민기에 대한 성추문 논란이 일어난 것은 미투 운동의 영향이 있었지만 이는 피해자가 마땅히 고발해야할 사회의 문제였다. 미투 운동은 누군가를 콕 비난하기 위해 일어난 운동이 아니다. 사회에 만연하게 깔려있는 권력형 성범죄를 고발하기 위한 운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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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조재현, 조근현 / 사진=본사DB


이 과정에서 문화계의 추악한 민낯들이 드러났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그러했고 연극연출가 윤호진, 영화감독 김기덕, 조근현, 배우 故 조민기, 조재현, 최일화, 이명행, 한명구 등의 가해자가 지목됐다. 이들의 만행은 마땅히 사회에 고발되었어야 할 문제들이었다. 미투 운동이 아니었다면 이들의 암묵적인 가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을 터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힘을 냈고, 결국 사회 깊숙이 박혀있던 성범죄의 실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는 경각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해당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나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잘못된 정보로 오인 받은 배우 곽도원과 창민이 그러했고, 악의적인 게시글로 강제 아웃팅을 해야 했던 이해영 감독이 피해자가 됐다. 또한 성폭행 피해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게시글들로 상처 입었던 피해자들은 다시 한 번 2차 가해의 피해자가 됐다. 허나 이는 미투 운동의 문제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다. 성숙하지 못한 태도로 인해 생겨난 문제점에 더 가깝다. 그렇기에 미투 운동은 멈춰서는 안 된다. 여전히 사회에서는 드러나지 못한 권력형 성범죄들이 만연해있다. 단단했던 침묵을 깨고, 이제야 세상 밖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약자들에게 아직 우리는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다.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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