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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반 더 바르트의 진심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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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위기 함부르크SV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

아시아경제

반 더 바르트는 2005~08년, 2012~15년에 함부르크SV에서 뛰었다. 그는 친정팀의 강등 위기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사진출처=Sportbild]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함부르크SV는 지난 4일(한국시간) 새벽 홈구장인 폴크스파르크슈타디온에서 마인츠를 상대했다. 함부르크는 17위, 마인츠는 16위. 두 팀 모두 강등 위기에 직면했지만 위기의 질이 달랐다.

함부르크는 18위 FC쾰른과 더불어 강등 직행 국면이고, 마인츠는 승점에서 함부르크에 7점이나 앞서 있었다. 함부르크는 17(4승6무15패), 마인츠는 24(6승6무12패). 함부르크는 어떻게든 마인츠를 이겨서 승점차를 줄이고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0-0. 소득 없이 25라운드를 소진한 함부르크의 위기는 변함없다. 무승부가 주는 충격은 컸다. 연속 무승 경기는 12경기로 늘었고 창단 이래 단 한 번도 강등을 당하지 않았던 함부르크의 악몽은 현실에 가까워졌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최하위(17, 18위) 두 팀이 자동 강등되고 16위 팀은 승강 플레이오프를 해서 다음 시즌에 뛸 리그를 정한다. 함부르크는 16위라도 차지해야 자동 강등을 피해 플레이오프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마인츠와의 대결은 승점 6점짜리 경기와 다름없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승리 없이 마칠 때마다 함부르크의 팬들은 살을 에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간직한 채 다음 경기를 고대한다. 한때는 함부르크의 대들보 같은 선수였으며, 지금은 누구보다 뜨거운 시선으로 친정팀을 바라보는 사나이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네덜란드 축구 스타 라파엘 반 더 바르트(35, 미트윌란). 안타까움을 견디지 못한 그는 “함부르크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돕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 더 바르트는 2005~08년, 2012~15년 함부르크에서 뛰며 주장까지 역임한 선수다.

반 더 바르트는 독일 스포츠매체인 슈포트1(Sport1)와의 인터뷰에서 “함부르크가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강등당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선수로 또는 선수가 아닌 다른 역할으로라도 나에게 팀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함부르크는 나에게 축구선수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준 감사하고 소중한 팀”이라고 덧붙였다. 반 더 바르트는 “나도 함부르크에서 뛸 때 두 해 정도 강등권에서 힘들게 싸워야 했다.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 더 바르트는 “현재 팀은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팬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으며 선수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함부르크가 강등을 당한다면 그건 팀에게 마치 재앙과 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반 더 바르트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강등권을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떳떳하고 자신 있게 경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그는 “만약 함부르크가 2부 리그로 강등당할 경우, 분데스리가로 복귀하려면 지도자로는 토마스 돌 감독이 최고의 적임자로 생각된다. 그는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돌은 반 더 바르트를 함부르크로 부른 사람이다.

1970~80년대에는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분데스리가를 호령한 함부르크의 팬들에게 강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모다. 함부르크의 극성 팬 중 일부는 2부 리그로 떨어지면 선수들을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런 위협 때문에 토요일에 벌어진 마인츠와의 강등권 경기에서는 팬들의 그라운드 침입을 막기 위해 펜스를 1m 이상 높이는 공사까지 했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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