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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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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反난민-포퓰리즘 공약 난무… 伊총선 흔드는 ‘무솔리니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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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솔리니 지지파 vs 反파시스트파 연일 충돌

“내가 돌아왔다.”

이달 들어 이탈리아 로마 베네치아 광장에 나붙은 파시스트 대명사 베니토 무솔리니 포스터에 적혀 있는 문구다. 로마 베네치아 광장은 1936년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제국을 선언하며 파시스트 연설로 군중을 열광시켰던 장소다. 풍자 영화 포스터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3월 4일 총선(상원 315석, 하원 630석 선출)을 앞두고 실제로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는 인물이 무솔리니다. 뉴욕타임스는 총선과 맞물려 불고 있는 이탈리아의 극우, 포퓰리즘 바람을 주목하며 “이탈리아에 유령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독재자 무솔리니가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이탈리아 내 반(反)난민 정서가 퍼지면서 국가주의를 앞세우는 파시스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당 당수를 지낸 무솔리니를 연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발해 반파시스트 그룹들도 연일 거리로 나와 무솔리니 반대를 외치고 있다.

○ ‘유령’이 장악한 선거

극우정당 포르차 누오바는 최근 무솔리니의 전매특허인 팔을 쭉쭉 펴고 인사하며 걷는 걸음걸이로 행진해 여러 차례 경찰이나 반파시스트 시위대와 충돌했다. 무솔리니 찬양 정당인 카사파운드는 지난주 볼차노 지역에서 한밤중에 난민들이 머무르는 병원 응급실을 침입하기도 했다. 지난주 페루자에서는 좌익 활동가 두 명이 극우 과격분자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이런 파시스트의 공격에 반발해 24일 밀라노에서는 수천 명이 참가한 반파시스트 집회가 열렸다. 같은 날 로마에서도 무솔리니 독재를 비판하는 단체인 이탈리아 파르티잔 국가연합(ANPI)의 시위가 벌어졌다. ANPI의 대표 카를라 네스폴로는 “인종주의와 파시즘은 안 된다. 역사를 모르면 그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놓고 논쟁하는 게 아니라 과거 유령(무솔리니)을 총선 화두로 이끌어내며 사회 갈등을 부추긴 건 바로 정치권이다. 야당인 우파 진영은 난민을 대거 수용한 중도좌파 집권 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해 반난민 정서와 국가주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그 중심에 극우 성향 이탈리아 형제당과 동맹당이 있다.

이탈리아 형제당은 9일 로마 남쪽 라티나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라티나는 1932년 무솔리니가 만든 계획도시로 그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유세에 나선 조르자 멜로니 대표 옆에는 무솔리니의 손녀 라켈레 무솔리니가 함께 서 있었다. 무솔리니의 3남의 딸인 라켈레는 이번 총선에 이탈리아 형제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2013년 4% 득표에 그쳤던 동맹당의 지지율은 13%까지 치솟고 있다. 이 정당은 “이탈리아가 난민들에게 침략당했다”고 주장하며 매년 불법 체류 난민 10만 명 본국 송환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탈리아 형제당(5%)과 동맹당의 지지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이들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는 건 이들이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와 ‘우파 연합’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다 의석 확보가 유력시되는 우파 연합이 돌풍을 일으킬 경우 극우 성향의 동맹당과 이탈리아 형제당도 국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총리를 세 번 지낸 노회한 정치인으로 전진이탈리아를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이들 극우 정당을 적절히 이용하며 정계 실력자 복귀를 꿈꾸고 있다. 그 역시 “좌파 정당이 집권한 후 60만 명의 이민자가 들어왔다. 이들은 범죄를 저지를 준비가 돼 있어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사회적인 폭탄”이라고 반난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미 1994년 처음 정권을 잡을 당시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만든 극우 정당과 연대해 재미를 본 적이 있다.

이에 반대해 현 집권당인 중도좌파 민주당은 반파시스트 시위 물결에 동참하고 있다. 24일 로마에서 열린 반파시스트 시위에는 현직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탈리아 재무장관과 국토부 장관 등은 파시스트를 우려하는 글들을 연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반파시스트 운동이 흩어져 있는 좌파 세력들을 하나로 결집시켜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공약은 온통 포퓰리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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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3번째의 큰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국가부채가 2조3000억 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35%에 달한다. 유로존 전체 부채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빚더미에 앉아 있다. 청년실업률도 30%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내건 공약은 온통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포퓰리즘성 공약뿐이다.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나서 “정당들이 무책임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쓴소리도 했지만 한번 불붙은 포퓰리즘 공약 경쟁은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우파 연합은 세금을 낮추기 위한 단일 세율 공약을 내걸었다. 전진이탈리아는 23% 단일 세율을 주장하는 반면 동맹당은 15% 단일 세율을 주장하고 있다. 전진이탈리아는 최소 연금 수령액을 1000유로로 올리겠다는 공약과 함께 군 경찰 등 치안인력 40만 명의 연봉을 인상하고 승진시켜 주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극좌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은 빈곤 퇴치를 위해 모든 국민에게 월 780유로의 기본 소득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우리는 실천 가능한 작은 공약을 발표한다”며 100개의 공약을 발표한 집권 민주당도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약에는 △만 3세까지의 유아를 둔 가정에 매월 아이 한 명당 양육 수당 400유로 지급 △만 18세까지 자녀가 있는 가정에 월 240유로, 만 26세까지는 월 80유로의 세금 감면 △부모와 함께 사는 30대에게 월 150유로 지급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등 달콤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총선 이후 이탈리아의 상황은 시계 제로다. 16일 발표된 선거 2주 전 마지막 공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단일 정당으로는 오성운동이 20% 후반대로 가장 앞서 있지만 세력으로는 3개 정당이 힘을 모은 우파 연합이 30% 중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집권 민주당은 20% 초반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진영도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파 연합이 과반수를 차지한다고 해도 누가 총리가 될지도 관심이다. 베를루스코니는 2013년 탈세 유죄 판결로 총리직을 맡을 수 없다. 그는 온건하고 친EU 성향의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을 총리로 지지하고 있지만 반EU 성향이 강한 동맹당과 이탈리아 형제당이 극렬 반발하고 있다.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동맹당이 우파 연합 1등을 차지할 경우 본인이 총리를 맡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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