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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평창 올림픽]이상화 “다음 올림픽은 먼 얘기…1~2년 더 재미있게 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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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여제 이상화 기자회견

“500m 3연패 압박·부담감에 경기 끝나고 운 것 같아”

“7개 알람 다 끄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쉬고 싶어요”

경향신문

지난 18일 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레이스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이상화(29)는 시계 알람을 모조리 껐다. 아침 기상용부터 낮잠용, 운동용 등 총 7개의 알람을 맞춰놓고 지내온 지 수년. 금메달 2개 위에 은메달을 더한 생애 4번째 올림픽을 마무리하는 이상화의 의식이었다.

이상화는 19일 강릉 올림픽파크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치 올림픽 이후 4년은 정말 힘들었고 값진 시간이었다. 나에 대한 자부심으로 버텼다”며 “금메달이 아니어서 속상하기는 해도 내게 값진 은메달이다.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에서 여자 500m 금메달을 차지한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의 동계올림픽 3연패 역사에 도전했다. 소치 올림픽 이후 각종 부상을 견딘 이상화는 37초33을 기록, 이번 시즌 전승을 달리던 1인자 고다이라 나오(일본·36초94)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초반 100m를 출전선수 중 가장 빠른 10초20에 끊었지만 너무 빠른 속도에 마지막 코너링 구간에서 살짝 실수를 했고 결국 고다이라에게 0.39초 차로 뒤졌다. 이상화는 “경기 영상을 보면 마지막 코너 실수가 더 아쉬울 것 같아 보지 않았다. 먼 훗날 진정된다면 보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레이스를 마친 뒤 펑펑 울었다. 3연속 왕좌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부담까지 더해 이상화의 평창 올림픽 준비는 전보다 더 힘들었다. 이상화는 “처음에는 ‘정말 끝났구나’ 싶으니 눈물이 났다. 그동안의 압박감과 부담들이 다 얽혀서 운 것 같다”며 “어제 들어가서 알람을 다 껐다. 이제는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며 쉬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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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마지막”이라고 했다. 18일 메달 획득 이후 이 ‘마지막’에 대해 의문이 증폭됐다. 2022 베이징 올림픽 출전 여부부터 당장 은퇴하려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은퇴는 없다. 다음 올림픽 도전에 대해서도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은 듯 보인다. 이상화는 “뛸 능력 있으면 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1~2년 더 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다음 올림픽은 아주 먼 얘기다. 경기가 어제 끝나 지금은 확답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불모지였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올림픽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낸 이상화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고다이라가 깬 올림픽 기록에 대해서도 이상화는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고 내 세계 기록도 먼 훗날 깨질 것이다. 내가 기록을 갖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선수 이상화’에게 언제나 100점을 주는 이상화는 “지난 4년과 달리 앞으로 1~2년을 더 뛴다면 순위에 관계없이 정말 재미있게 탈 수 있을 것 같다. 성적에 관계없이 좀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도 이상화답게 자신에 대해 정리했다. “나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어요. ‘한국 스프린터에도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 하는 선수로요. (전설로) 남았죠, 뭐.”

<강릉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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