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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단일팀 골리 신소정, 마지막 경기서 나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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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 신소정(28)은 링크 위에서 ‘나비’가 된다. 평창 올림픽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몸을 향해 날아온 퍽이 무려 196개였다. 그 중 22개를 허용했지만 반대로 174개를 막아냈다.

상대 공격수들의 슛 타이밍 때 신소정은 무릎을 모으고 발을 바깥으로 벌려 주저앉아 빈 틈을 없앤다. 아이스하키 골리들이 낮은 슈팅을 막아내는 특별한 기술이다. 나비가 날개를 펴는 것과 같다고 해서 ‘버터플라이 스타일’이라 불린다.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주시하다 슈팅의 각도에 따라 찰나의 순간 무릎을 꺾어 주저앉는다. 22개의 골 중 어깨 위, 옆구리 등을 통과시킨 적은 있지만 다리 사이로 흘려 내준 골은 없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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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정은 재빠른 버터플라이 동작에 대해 “어릴 때부터 하도 많이 해 와서 익숙하다”며 웃었다.

신소정은 20일 평창 동계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한 번 나비가 될 준비를 마쳤다. 대표팀은 평가전, 조별리그 경기 등을 거치면서 익숙해진 스웨덴과 다시 한 번 맞붙는다. 신소정은 “우리가 0-8로 질 팀이 아니라는 걸 마지막 경기를 통해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신소정의 진짜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신소정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려 한다. 그래야 더 힘이 날 것 같다”면서 “10년 이상 기다려온 올림픽 무대다. 마지막이 된다니까 슬프고 눈물날 것 같은데, 더 재밌게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스하키를 하기 위해 아이들 인라인 스케이트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자팀이 없어서 남자팀 안양 한라에 인턴 사원으로 입사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자신의 경기 영상을 직접 편집해 해외 구단들에 뿌렸다. 그 고생 끝에 뉴욕 리베터스에서 1년 동안 주전 골리를 했다.

모진 노력 끝에 맞는 경기가 바로 스웨덴전이다. 신소정은 “캐나다리그에서 뛰고 싶기도 하지만 이제 나 좋다고 욕심부릴 나이가 아니다. 엄마한테 그동안 불효했다”면서 “도움이 없다면 모든 걸 감수하고 나 좋아하는 아이스하키에 매달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이상화의 경기를 지켜봤다. “정말 압박감이 컸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면서 “내일(20일) 경기 끝나고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스웨덴전이 끝나면 신소정은 진짜 나비가 돼 무거운 하키 장비를 벗어 던지고 훨훨 날아갈지도 모른다.

<강릉|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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